정원호 2023. 8. 8. 02:30

'어찌어찌'란 단어는 맥락에 따라 어감이 달라지는 것 같다.

보통은 "일을 '어찌어찌' 완수하다."라고 하면, 계획대로 행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보통 상급자에게 "'어찌어찌' 마쳤습니다"라고 한다면, 상황에 따라 비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각주:1].

 

하지만 '어찌어찌'는 부족한 상황에서 나름의 노력을 다했을 때 쓰일 수도 있다. 

가령, 무인도에서 '어찌어찌' 하루를 보내는 상황, 또는 손짓, 발짓해가며 외국인과 '어찌어찌' 의사소통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런 맥락하에서 보면 '어찌어찌'는 힘든 상황 속에서 행한 존중할만한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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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근황을 물으면, 나는 보통 "어찌어찌 잘 지냈어"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어찌어찌 살아왔다'는 내 지난 날들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한편으로는 계획대로/기대처럼 된 경우가 많지 않았기에, 되는대로 어찌어찌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매번 시행착오도 종종 있었고, 종종 힘든 상황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찌어찌 이제껏 잘 버텨왔다.

 

내 자신이 많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한편으로 내 스스로에게 한번쯤은 수고했다고 격려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글을 써보았다.   

 

 

  1. 그 일이 중차대한 일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