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 그런이야기/오늘의 일기
단풍드는 날 - 도종환
정원호
2013. 11. 2. 19:20
단풍드는 날
도 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이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방하착 (放下着) : 내려놓고 옷을 입음.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