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호 2024. 6. 25. 17:36

오늘은 생일날이다. 

생일 즈음에는 바쁜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중, 고생 때는 시험기간이었고, 대학원생 때는 페이퍼 마감시한이었다[각주:1]

현재는 기말고사 채점과 성적 마감을 하고 있어, 역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바쁜 날이 많아서인건지 혹은 성격탓인 건지 모르겠으나, 나는 예전부터 생일에 큰 감흥이 없어왔다. 

나보다 내 생일을 더 축하하는 가족들로 인해 감사하게도 생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

 

나이를 돌이켜보니 나는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온 것 같다. 

문득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우리는 삶의 의미를 지니고 태어난다[각주:2]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정말일지는 잘 모르겠다. 의미를 부여한 존재는 누구이며, 왜 우리에게 그러한 의미를 부여한 것일까? 이에 대해 종교에서는 명쾌한 답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부여된 '의미' 같은 거창한 것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비유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굳이 비유해보자면 인간의 삶은 넓은 땅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덩그러니 놓인 나그네의 상황인 것 같다. 우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났다는 점에서 갑자기 덩그러니 놓인 것과 같다. 우리가 태어난 이상 삶을 살아가듯이, 이 상황에서 나그네도 어쨌든 여정을 떠나야 한다. 어디로 가야할지 정답을 모르는 상황에서, 나그네는 일단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는다.   

만약 이 비유가 맞다면, 삶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만약 나그네가 목적지를 모른다면, 목적지가 맞는지 늘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걸으면서 보이는 주변의 꽃, 새 소리, 경치들을 보며 순간을 즐기는 태도가 좋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삶의 의미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거나, 억지로 자의적인 답을 내리기보다는 삶 순간 순간 주변에 있는 즐거운 것들을 찾고 만끽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신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 대학교 때 정도가 완벽한 방학인데, 계절학기를 듣는 경우, 계절학기를 막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2. 가령, 신이 우리를 통해 계획하신 바를 행하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