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꽃의 소묘(素描), 백자사,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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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이 시처럼 누군가의 의미가 되길 바래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온라인이라 할지라도, 남에게 나란 사람이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런 분이 만약 계시다면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교류가 없는 상태라면 나는 그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냥 옆집 이웃이고, 평범한 동료이고, 보통 사람이다.
블로그를 통해 누군가에게 나란 존재가
의미있는 존재(흥미 있는 존재)가 된다면
다행히도 이 행위가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닌것같다.
남들도 나처럼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어 할 것이다.
나에게 이름을 불러준 상대에게
나도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려 노력해야겠다.
좀 더 상대방에게 다가가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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