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4년 12월 31일.

2014란 숫자가 차츰 익숙해질즈음에 2015를 써야한다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어쩌면 어른들 말처럼 시간의 흐름은 갈수록 더욱더 빠르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여기는 동국대학교 컴퓨터실이다.

어쩌면

2014년의 첫 1월도 동국대열람실에서 시작했으니 수미상관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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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던 것같다.

 

불합격 통보를 받고

한번만 더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시도했던 1~3월이 떠오른다.

 

그다지 부지런하진 않았지만.

평소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는 이 곳에서 공부를 했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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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가족들의 고통도 컸을 것같다.

남동생은 1~2월동안 동국대학교로 함께 공부하러 오면서 나와 공부하는 과정을 함께 겪었었다.

호주에서 국제전화로 합격소식을 접하고 

남동생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소같이 덩치가 큰놈이 말이다.

 

부모님들은 나에게 별다른 잔소리를 하신적이 없었다. 하지만 속앓이를 얼마나 하셨을까?

한번은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오셔서 "정원호 화이팅. 힘내."라고 하셨다.

평소에 아버지와 대화가 많지 않아서인지 더 잊을 수 없던 것같다.

 

한번은 공부하기 싫어 집에서 게임을 하고있었다.

어머니가 보시더니. "넌 뭐할것이며 어떤 인생을 살거냐?"고 꾸짖으셨다.

가장 슬펐던것은.

반항도 못하고, 아무대답도 못하고 수긍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가장 슬펐다.

나에 대해 자신감이 크지 않았던 것같다.

 

졸업식이다.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해피엔딩인 것 같았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졸업 후 무엇을 해야할지 남들에게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가족들이 왔다. 사진을 찍었다.

점심을 먹었다. 졸업이란 화두로 얘기하기 보다는 음식점의 음식의 맛에 대해 이야기했다.

점심 후 아버지도 엄마도 동생도 일하러 갔다.

 

나는 졸업식날 열람실에서 공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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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면서 내가 버틸 수 있던 것은

"하면 늘겠지"란 믿음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결국 점차 나아질 것이란 믿음을 갖고있었다.

 

그런 믿음하에서 가장 힘들었을때는

차도가 없거나, 오히려 뒤로 후퇴했을때였다.(믿음과 어긋났을때)

분명 나름 열심히 했는데

슬럼프가 찾아올 때. 또 그럴 기미가 안보일때 굉장히 힘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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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와 에세이를 제출하고 면접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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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기다린다.

자신이 없다보니 초초해졌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보다

심적으로 방황만했던 것같다.

 

친구와 이런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형, 떨어지면 어떻게 할거야."

"졸업생 신분이니 취업은 힘들테고, 한번 더 도전해야할까? 잘 모르겠어..., 근데 너도 PEET치고 있잖아. 떨어지면 어떻게 할거야?"

"형. 나 이거때문에 다 포기했어. 다시 해봐야지."

"슬프다. 우리 뿐만아니라 취업준비하는 사람. 고시준비하는 사람들 모두. 이 열람실뿐만 아니라 전국에 모든 사람들 말이야. 멈추지 않는 기차에 탄것같아. 막상 기차를 타고 나서 가속이 붙으면 아무도 뛰어내릴 엄두를 못내잖아. 그런 상황같아. 계속 공부원 공부, 고시공부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인걸까? 이미 기차에 타면 다른 선택을 전혀 못하게 되는 걸까?"

 

생각후

나는 떨어진다면 과사철 지원을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잘한다는 판단은 남이하는 것이지 내가 할 수 있는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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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직인 것을 어떻게 알고

행정인턴을 권유하는 전화가 왔다. 돈을 벌 기회란 것이다.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강력한 권유로 했다.

난 판단할 힘이 없었던 것같다.

 

5월 말부터 6월 한달동안

5주정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책도 읽지 못했다. 인터넷도 눈치가 보여 할 수 없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만히 앉아있는 것 뿐이었다. 나에겐 너무 가혹했다.

 

또한

그들에게 들었던 것은

"나갈때 슬리퍼를 신지마라."

"복장을 갖춰라"

"전화는 빨리 받아라"

"말을 확실하게 해라"

"대화시 리액션을 잘 보여줘라" 등등 이었다.

그들은 이런 얘기를 하면서 이러한 것이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

복장에 신경을 안쓴 것은 나 자신을 억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복장이 일의 능률을 가져온다고 보지도 않았다.

슬리퍼를 신은 이유는 빨리 갖다주어야 할 일이었으며 금방 갔다 오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신발을 갈아신어야 할 겨를이 없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빨리받지 못하고, 말을 빨리 하지 못한 것은 그 맥락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나름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식인 리액션을 통해서 나를 거짓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행정인턴일을 통해 "사회생활이란 것이 이것이다." 라고 깨달았다면 그것또한 배운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반대가 되어야 맞다라는 것은 나를 너무 괴롭게 했다.

또한 하루종일 아무것도 없이 앉아서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는 상황속에서 나 자신을 스스로가 너무도 괴롭혔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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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발표날이 기억난다.

6시에 퇴근이지만 합격자발표는 6시이다.

그날 하루도 멍하니 허공만 응시했던 날이었다. 이 상황에 지쳤던 나는

결과나 보고 빨리 퇴근하자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결과는 "합격"이다. 믿기지 않아 3번을 봤다. 변화는 없었다.

사실 당시 불합격이 나오기도 바랬었다.

아싸리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렸으면 싶기도 했다. 이상한 청개구리 심보.

 

부모님께 합격전화를 드리고

핸드폰을 꺼버렸다.

그리고 나는 3일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가출이란 것을 처음으로 해봤다.

 

극장에서 밤새 영화를 보고,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한강주변을 2일내내 미친놈처럼 걷기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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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다.

6월 25일날 사직서를 썼다.

그제서야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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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사철에 들어왔다.

내가 여기 일원이라는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아니 일원이라기 보단, 빌려온 자리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조건부라고 해야할까?

내가 있을 자리인가를 많이 고민했었다.(혹 누군가의 자리를 뺐고 들어온 것은 아닌지.)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었고, 그것이 적응과정에 너무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지금도 적응과정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2014년을 겪으면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희망의 끈을 잡아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보답하기 위해선 정말 열심히 해야할 것이다.

 

만약

힘든때의 기억을 잊고 나태해진다면,

그것은 희망의 끈을 잡아주신 분들에 대해 은혜를 저버린 것이고,

내가 원했던 이곳에 들어간다면, 정말 열심히 할것이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게 되는 것이고,

또 나를 지켜봐주고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는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가 될 것이다.

 

2014년은 이렇게 다사다난 했지만, 2015년에는 기대가 많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것 같다.

 

2014년. 비록 힘든 부분도 있었다.

인생에서 성공만 있을 순 없다. 만약 누구나 슬럼프를 겪고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

지금의 이 경험이 나중에 훗날 이겨내는데(또 공부를 지속하는데) 커다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같다. 

나름 절박했었던 것같다. 그것이 언젠가 공부할 수 있는데 추진력이 된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같다.

 

2015년이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2015년에 기대를 많이하고 있다.

2015년 그 해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는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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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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