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교 때 화학을 전공했다. 본격적으로 대학원에서 과학철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졸업반이던 4학년 때였다. 

돌이켜보면 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들 중 하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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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변인들로부터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했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다행히 부모님의 큰 반대는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과학철학에 대해 잘 몰랐지만,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문적인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 호의적으로 보았던 것 같다. 

특히 어머니는 열렬한 지원자가 되어주셨다.  

어머니에게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즈음에 나 몰래 보았던[각주:1] 사주풀이[각주:2]도 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역술인은 내가 자연과학과 문과 계열이 섞인 학문을 공부할 것이며, 대학원에 진학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한다[각주:3]. 그게 어느정도 역할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이래로 어머니는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다. 특히 석사 과정 때 경제적으로 많이 팍팍했는데, 어머니의 물질적 지원으로 인해 석사 과정을 무리없이 마칠 수 있었다.

만약 부모님이 반대했다면 어땠을지 종종 생각해본다. 타인에게 확신(믿음, 안심)을 준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는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기울였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 역술인이 나의 과학철학 공부에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따금씩 생각해보면 참 희한한 것 같다.

 

  

  1. 내가 사주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대학원 진로때문이 아니라, 때마침 우연히 본 것이었다. [본문으로]
  3. 반증가능한 참신한 예측?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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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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