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교 때 화학을 전공했다. 본격적으로 대학원에서 과학철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졸업반이던 4학년 때였다.
돌이켜보면 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들 중 하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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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변인들로부터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했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다행히 부모님의 큰 반대는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과학철학에 대해 잘 몰랐지만,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문적인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 호의적으로 보았던 것 같다.
특히 어머니는 열렬한 지원자가 되어주셨다.
어머니에게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즈음에 나 몰래 보았던 사주풀이 1도 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역술인은 내가 자연과학과 문과 계열이 섞인 학문을 공부할 것이며, 대학원에 진학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한다 2. 그게 어느정도 역할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이래로 어머니는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다. 특히 석사 과정 때 경제적으로 많이 팍팍했는데, 어머니의 물질적 지원으로 인해 석사 과정을 무리없이 마칠 수 있었다. 3
만약 부모님이 반대했다면 어땠을지 종종 생각해본다. 타인에게 확신(믿음, 안심)을 준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는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기울였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 역술인이 나의 과학철학 공부에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따금씩 생각해보면 참 희한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