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생이 돌아왔다.
동생이 1월 20일날 10개월의 워킹 홀리데이를 마치고 호주서 귀국했다.
22일 새벽 1시에 집에 도착했다.
거실 침대를 보니.
맙소사.
한 여성이 자고 있다.
동생이 호주에서 여성분을 데리고 왔다.
대충 듣기는 했다만 집에서 재울 줄이야.
다음날 8시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그 여성분은 홍콩사람이고, 동생보다 한살 연상이다.
배려를 해야하니 당분간은 할 수 있는한 집에서는 영어로 대화해야 할 것같다.
여행 후 도착하면 영어를 그만쓸줄 알았더니.
우리집도 게스트하우스화 된 것같다.
평소라면 아침은 나 혼자인데
오늘은 정말 게스트하우스처럼 조금은 부산하다.
오늘 아침
동생, 친구분, 나, 세명이서 '홍콩 우산혁명'을 이야기하면서 미역국을 먹었다.
(내가 꺼낸 화제. 지금 쓰면서 생각해보니 괜히 꺼내지 않았나 싶다.)
1/22일은 또한 동생의 생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따가 생일파티도 같이해야겠네.
그 여성분은 1/31일에 다시 호주로 간다고 한다.
동생이 한국으로 떠날때 같이 가고 싶어 한국으로 왔다고 한다.
내 동생을 진짜 좋아하는게 확실하다.
영어도 잘하지 못하면서
여성분과 대화는 어떻게 한거야?
역시 될놈은 된다.
2.
동생은 워킹홀리데이가기전 그러니까 군전역후 작년 겨울까지 닭강정집에서 직원으로 일했다.
아...직원이라기 보단 후에 점장으로 승진했다.
굉장히 열심히 일한다. 동국대에서 연신내역으로 오면 항상 역앞에서 닭에 튀김옷을 입히는
동생의 모습이 짠했다.
11시에 공부를 끝내면 가게문을 닫는 12시정도가 되어 많은 날을 함께 같이 집에왔다.
끝나고 같이 올때, 그 찌든 기름냄새가 굉장히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동생은 끝날때면 항상 남은 닭강정을 들고왔다.
닭강정은 두가지 맛이 있다. 매운맛과 달콤한 맛.
매운맛과 달콤한맛 두가지를 만들어놓고 남으면 가져오는 것이다.
보통 두 상자정도 남는 것같은데(20000원상당의 닭강정)
우리가족이 어떤맛을 가져왔냐고 물으면
동생은 '매매', '매달', '달달'
이런 식으로 대답하곤 한다.
그러니까 '매매'는 매운맛 두상자를 의미하고
'매달'은 매콤한 맛 한상자, 달콤한 맛 한상자를 의미한다.
하루는 이런날이 있었다.
동생: "다녀왔습니다."
원: "오늘은 무슨맛이야?"
동생: '달달'
母 : 오늘은 달달이야?
동생: 아 엄마, 그런식으로 얘기하지마. ㅋㅋㅋ
母: ?
흠.... 생각건대 어감이 조금 이상하긴하다.
그런쪽으로 연상하다니.
아.. 타락했나보다.
3. 닭강정이 불러온 비극
동생이 싸온 닭강정의 양은 우리가족이 먹기엔 좀 많았다.
나와 엄마 아버지가 있는데, 남동생은 당연히 먹지 않을 것이고,
나와 엄마정도 먹었다. (아버지는 엄마의 견제로 많이 드시지 못했다.)
둘이 2만원어치 닭강정을 먹기엔 양이너무 많긴하다.
동생은 그래서 남은 것들 중 한상자를 동생의 친구집에 갔다주었다.
처음엔 친구집에서도 엄청 좋아했지만, 하도 주어서인지 괜찮다고 받지 않았다.
따라서 밤에 항상 야식이니 살이 찌는게 당연한데, 가령
동생은 8kg쪘다. 엄마도 3kg쪘다. 나는 이상하게 살이 찌지 않았다.
아마도 그 다음날이 되면 밥을 잘 안먹었나보다. 원인은 모르겠다.
여하튼 그게 비극이 아니다.
우리가족은 그렇게 닭강정을 먹다가 결국 남은 닭강정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중
옆에 사는 고양이에게 주자는 엄마의 의견이 나왔다.
황토색 어미 고양이가 새끼고양이 서너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여간 딱하지 않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부터 닭강정을 우리집 뒤 풀숲에 버렸다.
어머니의 말대로 다음날 아침이면, 풀숲의 닭강정은 흔적도 없었다.
엄마의 선택은 탁월한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풀숲에서는 많은 생명체들이 서식했다.
참새들도 굉장히 많이 앉았다.
비둘기도 굉장히 많이 나타났다.
(참새와 비둘기가 닭고기를 좋아하나? 여하튼)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동생의 닭강정이 맛있다고 소문이 났는지, 알수없는 검은 고양이파들이 나타났다.
새벽 2~3시면 고양이가 으르렁대는 소리와 엉켜붙는 소리가 났는데
자는 중에 굉장히 성가셨던 이 소리가 확실한 것 같다.
어느날은 어머니가 어린이집에 마당에 보니
흰 털이 잔뜩 마당에 널려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고양이가 매일 으르렁대면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마당에서 싸운 것이 틀림없다.
결국
원래 주인이었던 황토색고양이는 새끼를 데리고 나갔고, 검은 고양이파들이 남았다.
근데 이놈들이 조금 문제였다.
전번 고양이는 우리와 평화롭게 공존한편이었다. 많은 폐를 끼치지 않았고,
자기 무리에서 조용히 있었다.
그러나 이 검은 고양이파들은
우리집을 자신의 영토로 알았는지 멋대로 활보했다.
마당을 다니지 않나, 인간이 버젓이 이동하는 통로임에도 불구하고 앉아서 가만히 노려보지 않나.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망루라고 할까? 망보는 장소가 있는 것 같은데
항상 거기에 두목같아 보이는 검은 뚱뚱한 고양이가 앉아있었다.
제딴에는 거기에 있으면 적이 잘보여서 그런건지, 혹은 볕이 좋아 그런건지 하여튼 거기에 계속 앉아있는데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그 고양이가 아이들과 학부모들 눈에 띄면 그들이 보기에 그다지 좋은 광경이 아닐 것이다.
어린이집 벽에는 고양이 발자국들로 가득했다.(벽을 타고 올라가나보다.)
또한 새벽이면 여전히 잠을 방해하는 으르렁소리.
분명 칼을 뽑아들어야 했다. (닭강정은 이미 버리지 않은지 오래였다.)
동물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지만,
동물도 인간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
어머니는 "고양이 OUT!"을 선언했다.
3가지 방책으로 압축될 수 있는데
1. 고양이가 가는 길에 식초를 뿌렸다.-> 잘만 다녔다. 대단한 의지...
고양이가 가는 길에 락스를 뿌렸다. -> 잘만 다녔다.
2. 고양이가 자주 지나가는 통로에 장난감을 올려놓았다.
미끄러운 플라스틱과 울퉁불퉁한 버릴려던 장남감들 이었는데 더이상 그 통로로 가진 않았다.
잠시 당황하더니 고양이들은 새로운 루트(알지는 못했지만)를 찾아내서 다니는 것 같았다.
심지어 몇몇 고양이들은 사람이있는데도 불구하고 잽싸게 마당을 가로지르기도 했다.
3. 결국 마지막 방책으로 우열관계 정립.
우리가 그들의 위라는 것(우열관계)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될수있으면 건들지 않겠다고 생각하려 했는데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고 도리어 때때로 인간을 노려보는 느낌이 드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참다참다 우열을 나타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빗자루로 가라고도 해보고 '워'하는 소리도 내봤다.
서열관계를 가리던 어느날.
고양이가 마당에 변을 봐놨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다. 냄새가 고약했다.
영역을 표시하려는 건지.이건 가족들의 결론이다.
(근데 고양이는 변을 보고 흙으로 감춘다던데... 급해서 어쩔 수 없이 싼 것같다는 것(간혹, 배탈이 날 수도 있고 기타 등등)이 내 의견이었다.)
여하튼 그것이 여하튼 엄마의 화를 더 돋군것 같다. 마당에 변을 보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어쩔 수가 없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다행인건지 어떤건지, 그 이후로 별다른 이상증후는 없었고, 고양이와의 마찰도 많이 줄었다.
불쌍한 고양이에게 닭강정을 주자는 순수한 감정에서 나온것이
큰 비극을 낳았고, 많은 번거로움을 발생시켰다.
자연은 자연에게 맡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순수한 고양이 가족의 쉼터를 빼앗은 것같다. 그들은 아마 우리 도움이 없었어도 잘 생활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그것이 나쁜 결과를 낳는다면 정당성을 인정받기는 힘들수 있다.
자연은 자연에게 맡기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개입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 도리어 자연에게는 바람직한 것일 수도 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