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한산

 

은평구에 처음온건 고1 2학기때 였다.

그 전엔 강북구 미아동~수유동에 걸쳐살았었다.

중학교때 4.19탑 근처에서 친구들과 자주 게임과 농구를 하곤했었는데...

말이 길어지고있다....;;;

 

북한산에는 수많은 등산로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내가 살았던 수유역근처 등반로이다.

4.19탑부근에서 북한산으로 올라갈 수있다.

동국대학교에서는 4.19 당시에 희생하신 선배들을 추모하여

4.19기념 등반대회를 그 등반코스로 매년 모든 재학생과 교직원들이 함께하고있다.

 

당시 기수가 길을 잘못들어서 왔던 곳으로 가지않고

우리집부근(은평구 구파발역)으로 떨어져서

당황했던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상당히 기뻐했던 적이있는데

(뒷풀이도 안하고 도망갔었다.)

 

이래저래 집을 옮겨도 항상 북한산이 근처에 있다니.

북한산과 나는 기이한 인연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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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친구들과 북한산에 다녀왔다.

 

10시에 만났다.

 

친구A가 가장 가까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늦게 나왔다.

가방도 가장무거웠다.

 

"공부하러 가냐? ㅋㅋㅋ"

 

봉우리에 올라와서 쉴때쯤.

친구A는 우리가 아침도 안하고 왔을거란 생각에

삶은 계란 6개와 배와 사과를 잔뜩 싸왔다.

감동...

 

1-1 진지병

 

봉우리에서

 

B: 아파트 봐. 전부 성냥갑같이 작아보인다.

원: 고민같은 것 말이야. 그 당시에는 커보이지만, 묵묵히 그 시간을 견디고, 올라가다보면 그것은 어느새 작게보이게 될거야.

친구들: .......

 

원: 저기 오르는 사람들좀 봐~ 이렇게 작아보이네, 인간은 항상 대단한 척하지만

우주끝에서 봤을땐 우리 인간이란 것도 한낱 미물에 불과한 것 아닐까?

친구들: .......

 

원: 절벽끝, 깊이 뿌리내릴 수 없는 환경속에서 꿋꿋이 자란 소나무좀 봐. 우리도 소나무 처럼 자연물이잖아. 이 소나무는 우리가 힘든환경에 부딪힐때에 앞으로 살아나가야할 인생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같아.

 

B: 진지 좀 그만빨아.

친구들: ㅋㅋㅋㅋㅋㅋ

 

분위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등반내내 농담을 쉼없이 했는데, 계속 실없는 애기들이다.

'북한산은 북한에 있는 산'이라는 둥

북한 사람도 안 웃을 이딴 얘기들을 신나게 했다.

 

진지와 실없는 농담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등반.

친구들이 회사부장님과 함께 등반왔다고 생각할 것 같다. 

지금 내가 쓴글을 보니 고문한 것같아 미안하다.

 

1-2 체력

 

북한산 정상에 오지도 못하고 한 600M에 오니 친구들이 힘들다고 한다.

고작 2시간 등반했을 뿐인데,

애들이 체력이 약해진걸까? 내가 강해진걸까?

 

고등학교 때는 신나게 농구해도 힘들어하지 않던 친구들인데

어느샌가 힘들어해서 도중에 내려가자고 하는 것을 보니

우리모두 아저씨가 되버린건가.

조금 짠했다.

 

개인적으로는 내색은 못했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연휴끝나면

다시한번 혼자 갔다와야겠다.

 

1-3

 

내려가고 있다.

길을 몰라서 헤메고있던때에

내가 제안했다.

'모를때는 앞사람 따라가는 것이 최고다. 저 분들을 따라가자!'

수긍을 한 우리들은 앞 아주머니들을 따라갔다.

 

한 아주머니가 30m정도 정도 가시다가 이렇게 말했다.

 

"오빠들 어디가~?"

"저희 내려가려구요."

"우리 몰래 볼일보려 하는데 왜 계속 따라와~?"

 

아....정원호

 

1-4 아저씨들의 취미

 

끝나고 우리는 역시 등반에는 막걸리라며

닭도리탕과 막걸리를 먹었다.

알딸딸할때에

사우나를 가자고 해서 사우나에 갔다왔다.

 

생각해보니 이것은

등반하는 아저씨분들이 주로하는 활동들이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보니

스트레스가 풀린다기보단 굉장히 피곤하다.

어떤맛에 이런 것들을 하시는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다.

 

생각해보건데

 

등산은 어른들이 관심을 갖는 건강과 관련된다.

술은 어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활동과 관련된다.

사우나 또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활동과 관련된다.

 

이런 어른들의 활동들을 한번에 하는 것이 등반+술+목욕인 것같다.

그래서 다들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뭐...한꺼번에 다하는 것도 괜찮을 수있지만

내 생각에는 그것을 한꺼번에 하긴 너무 힘들것 같다.

 

그냥 드는 생각은

잡탕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

 

김치찌개, 김밥, 치킨

모두 다 맛있지만 다 먹을 시간은 없고해서

김치찌개에 김밥을 넣고, 치킨도 넣는것이다.

 

음주든 등산이든 온천이든

온전히 하나에만 빠져보고

그것의 고유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좋을 것같다.

(술은 별로....;;;)

 

2.

 

초등학교 4학년때였다.

담임선생님은 6명이 한조를 이루도록 하셨는데

나누다보니 한조는 7명이 되었다.

 

잘하는 조는 사과를 받는다.

그러다보니 조끼리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7명인 조에 있었다.

 

초등학교때 매일 일기를 써서 제출했다.

우리조 생활에 대해 일기를 썼는데 일기내용은 대략 이랬다.

 

O월 O일

 

조 생활이 그닥 재미있지 않다.

우유를 가장 빨리먹는 조가 사과하나를 받는데 많은 아이들은

우유를 빨리먹으라고 보챘다.

하지만 난 우유를 빨리먹고 싶지않다.

혼자서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자유를 느끼고 싶다. 짝꿍이 없었으면 좋겠다. 끝

 

일기장을 받았다.

담임선생님은 '참 잘했어요'도장을 찍어주셨다.

 

다음날 담임선생님은

7명인 우리조를 6명으로 만들고

나를 위해 특별히 한 자리를 따로만들었다.

 

더이상 우유를 빨리먹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들도 사과를 받기위해 더 이상 보채지않았다.

 

며칠을 그렇게 보냈다.

아이들(특히 우리조)은 수업중에도 서로 깔깔대면서 웃었다.

나는 혼자서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일주일 후 나는 일기를 외롭다고 일기를 썼다.

 

선생님은 다시 일기를 보시고 다시 원위치로 책상을 바꾸고 나는

원래 짝꿍과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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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 갔다온 후 9시즈음 배가 고픔을 느꼈다.

밥통을 보니 밥이 없었다. 반찬도 신김치가 전부였다.

 

어머니 아버지는 홍콩여행을 가서 아직 안오셨다.

 

결국 혼자서 끓여먹은 라면

나는 라면을 정말 잘 끓이는 편이다.

하지만 그날따라 라면 맛이 정말 형편없었다.

면도 꼬들꼬들했는데, 국물도 딱히 흠잡을때 없었는데....

이상하다.

 

지금 학교에 와있다.

정말 밥을 먹기위해서 학교에 왔다.

집밥과 가장 분위기가 비슷한 식권B를 먹었다.

하지만,

뭔가 시원치 않다.

 

지난날 나는 일기를 썼다.

party rock anthem음악을 틀면서 부모님이 홍콩에 가셔서 파티라고 즐거워했었다.

 

4학년 외로워하던 그때처럼

다시 일기를 써야겠다.

 

엄마가 해준 따뜻한 집밥을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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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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