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서 세계속으로

여행 2018. 3. 6. 00:27

룽산쓰는 1738년에 건립된 타이페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절이지만 도교와 유교의 여러 신도 함께 모시고 있어 불교, 도교, 유교, 민간신앙이 함께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중국의 한족이 타이완으로 올때 고향에 있던 향불을 가져와 신에게 기도를 하던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룽산쓰에는 신기한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이었던 태평양전쟁 당시 마을사람들은 이 곳을 피난처로 이용했었다. 

미군은 이 곳 롱산쓰를 총통부로 착각하여 폭탄을 투하하였다. 

놀랍게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날은 하필 개미, 모기떼가 극성을 부린탓에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폭탄으로 룽산쓰는 폐허가 된 가운데 관세음보살만은 태평하고 고고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놀라운 일로 인해 지금도 이 곳에서 가장 영험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관음보살이다. 사람들은 이 기적이 관음보살의 보살핌이라고 믿고있다. 


룽산쓰는 1957년에 복원되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단에 많은 음식들을 올려놓았다. 보통 과일을 많이 올리지만 신기하게도 과자나 초콜릿 등이 제단 위에 있는 것도 심심치 않게 제법 보인다. 


룽산쓰 본전에 관세음보살이 가장 사람들이 빽빽하다. 

룽산쓰 후전에 관성제군(관우)의 자리도 사람들로 빽빽하다. 

알고보니 관우는 재산을 증식해주는 신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타이페이의 많은 사람들은 룽산쓰를 통해 많은 것을 의지하고 마음을 정하는 것 같다. 

향불은 어느곳에나 끊임없었고 연기는 자욱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신경쓰지 않고 기도하고 있었다. 

무언가 간절하게 읊조리며 향을 모은채로 팔을 흔드는 모습은 지금도 내 눈에 생생하다. 



사람들을 보니 바닥에 무언가를 던지고(패대기치고?) 있다. 자세히보니 반달 모양의 나무조각 한 쌍이다. 

나무조각은 윷놀이의 윷과 어느정도 비슷하게 생겼다.

나무조각의 납작한 부분이 나오면 음(陰)이고(뒤집힌 경우), 볼록한 부분이 나오면 양(陽)이다(엎은 경우). 



점괘를 보는 방법이 있다. 

우선 나무조각 한 쌍(두 조각)을 잡고 소원을 기도 드린 뒤 이 나무조각을 땅바닥에 던지고 모양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 모양으로 신이 내 소원을 잘 들어주었는지를 파악한다. 


만일 음+음이 나오면(윷놀이의 윷과 비슷) 그 문제(소원)를 신경쓰지 말라는 신호이다. 더이상 생각하지 말것

만일 양+양이 나오면(윷놀이의 모와 비슷) 신이 당신의 소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양+음이 나오면(윷놀이의 개와 비슷) 신이 나의 목소리(소원)를 들었다는 뜻이다. 


양+음이 나왔다면 숫자가 적힌 대나무 막대를 뽑으면 된다. 대나무 통을 흔든뒤 제일 위에 나온 막대를 뽑으면 된다. 그리고 막대마다 번호가 적혀있는데, 그 번호에 해당하는 점괘를 확인하면 된다.



나도 참여해 보기로 했다. 

예전부터 궁금해왔던 것이 있었다. 누구도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왔었는데, 

일단 그것을 물어보고 싶었다.






"Now, here, you see, it takes all the running you can do, to keep in the same place. If you want to get somewhere else, you must run at least twice as fast as that!"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다면 적어도 그보다 두 곱은 빨리 달려야 하고."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 중 일부분이다. 진화론에서도 언급되기도 하는 붉은 여왕 가설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인물은 붉은 여왕이다. 이 곳에서는 주변의 세계가 힘께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 세계와 맞추기 위해서 나 또한 그 세계와 같은 속도로 끊임 없이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주변 세계가 움직이는 것 이상으로 달려나가야 한다. 



어쩌면 나는 도태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주변의 속도보다 늦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쟁에서 밀려났고, 밀려나고 있는 많은 생물종, 사람, 상품들 처럼 나 또한 그런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그러한 상황이 미래에 생기진 않을까?

나보다 뛰어난 경쟁자들 속에서 돋보여야 도태되지 않아야 살아남을텐데,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걸까? 내가 원하는 위치에 자리잡을 수 있는 걸까?[각주:1]


나무조각을 던졌다. 


양+음이 나왔다. 


나는 젓가락을 휘젓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었다. 

가장 튀어나온 것을 뽑았다. 


결과를 확인하였다.


                                                           Privacy sorry                                         

                                                                                                                     

                                                        결과는 간직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이 곳에서 그들의 간절함을 함께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 실제 내가 한 질문은 훨씬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것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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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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