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더웠던 2009년 7월말

나는 막내 맞선임이었다.

내 후임이 부대 전입오고 다음날이었을 것이다.

어떤 교육을 해야할지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놨었는데 그것을 못하게 되었다.

음악회가 있다고 병사들 모두 필승교육관으로 집합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한 선임은 우리에게 절대 음악들으면서 졸지 말라고 당부를 하였다. 

하지만, 부대를 뛰어다녀서 땀의 흰 소금띠로 항상 쩔어 있던 군복을 입는게 일상이었던 나에게는 엄청 고역인 일이었다. 

허벅지를 꼬집어가면서 음악회에서 졸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때 연주된곡이 Por una cabeza였다.

음악은 상황에 맞춰서 들린다고 했던가.. 굉장히 슬프게 들렸다.

움직이지 않는 뻣뻣한 자세로 종일 음악을 들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않았지만 내 자신이 나를 감시하고있던 것같다.

 

그 다음주에 인트라넷홈페이지에 음악회 사진이 올라왔다.

내 동기와 나 후임2명 모두 뻣뻣한 자세로 앉아있는모습.

웃기지만 슬펐던 현실. 그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북한문제로 혼란한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더군다나 규율과 억압이 심한 폭력집단일수 있는 군대에서 막내란 타이틀을 가지고,

낮은 바닥에서 살고있는 사람들.

이 사회에서 신입이란 이름으로 또한 상사의 눈치보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이 세상의 모든 막내.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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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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