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에 해당되는 글 59건

  1. 2024.01.19 대학 시절 화학 실험에 대해 느낀 생각
  2. 2023.05.08 편하게 대하기
  3. 2023.04.19 깨어있으라
  4. 2022.03.21 성당 복사 시절
  5. 2022.03.10 자작
  6. 2021.11.02 동아리
  7. 2021.10.23 BCwipe
  8. 2021.03.09 12년 차
  9. 2020.11.21 리즈시절
  10. 2020.09.14 작은 고민으로부터

대학교 3학년 시절에 실험에 대한 생각을 적은 편지글이다. 

 

------------------------------------------------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정원호 학생입니다. 말씀하신 후에 집에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가지 느낀 사항들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1. 실험은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실험이란 원래 원하는대로 잘 안나오는게 당연하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실험을 하기전에 계산을 통해 이론적으로 이런값이 나올 것이다 예상을 하고 실험을 하지만, 역시나 원하는 데이터가 나오기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원하는 데이터가 계속해서 나오지 않을 경우 필요한 것은 인내와 체력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에디슨이 발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고자 했던 끈기와 집념,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체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학부과정에서는 시간적인 한계 상 많아야 2~3번의 시도밖에 할 수 없지만, 나중에 학부과정을 졸업하여 전문적으로 공부를 할 시에 이러한 상황에 부딪친다면, 결국 체력이 밑바탕이 된 상태에서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더욱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이번 실험 수업을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2. 창조, 발견의 과정은 쉽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험 수업은 노력의 발견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에서 실험은 2~3번 과정을 통해 이러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라고 결론짓지만, 이 실험을 처음 시도한 과학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수많은 가정을 하고, 수많은 반복된 실험을 통해서 결론지은 것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화학은 돌턴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업적과 성취속에서 이뤄진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 4~5시간의 실험은 과거 과학자들의 과정에 비하면 힘들다고 말하기는 초라할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3. 작은 것을 잘 챙겨야 한다.

저는 세세한 부분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가끔 덜렁대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분석실험의 경우 결코 사소한 실수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작은 오차도 큰 차이를 초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지시약의 경우, 우습게 보기 쉽지만, 색깔이 더 잘 보이지 않을까란 이유로 많이 넣어서는 안됩니다. 지시약 자체가 산이나 염기로 작용할 수 있기때문에 많이 넣을시에 반응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콩나물 500g과 콩나물 501g은 별차이가 없지만 화학의 경우 시료 1g만 달라도 큰 차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실험은 특히 주의와 집중을 요하며, 역설적으로 작은 것이 매우 큰 차이를 보임을 (당연한 것이지만)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상입니다~!

(1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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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었다. 나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당시 다른 아이로 부터 그 친구가 '원호랑 있는 것이 가장 편하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무척 놀랐다.

나보다는 다른 아이들이 더 잘 대해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령, 그 아이의 가방을 들어주거나, 그 아이를 부축해준 것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 친구를 같은 반 학생으로 대했다. 굳이 나서서 도와줄 것을 찾으려하기보다는 친구가 혼자 해결하도록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친구가 도움을 요청하면(그럴 일도 거의 없었다) 그제서야 도와줬다. 

--

그 친구의 언급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영향을 주었던 사건으로 기억한다. 

특정 사람(외국인, 장애인 등)을 배려한다고 여러 행동을 하지만, 원치 않는 과한 도움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령, 왜소증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 것은 그 분에게 지나친 배려같다. 오히려 그런 행동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Lus9eT5SW-8]. 

특별하게 여기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불편함을 줄지도 모른다. -특수한 몇 가지를 제외하면- '내 주변인들과 크게 다를 것 없다'라고 여기는 것이 타인을 더 편하게 대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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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으라

추억팔이 2023. 4. 19. 19:15

깨어있으라는 종교적 의미에서 종종 쓰는 말같다.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이 말이 절실히 와닿았던 적이 있다.

 

---------------회상----------------------------------

고등학교 때 가족여행을 간적이 있었다. 당시 아버지는 꽤 담대한 구상을 하셨는데, 서해안, 남해안을 거쳐 부산을 찍은 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집에 가는 것이었다.

자동차 슈마
 

당시 차는 (97~98년산?) 슈마였다. 내 동생이 92년 생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슈마를 막내라고 종종 불렀다.

하루 종일 해안도로를 다닌다는 점에서 기분은 좋았지만, 아무래도 거의 차 안에만 있다보니 피곤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운전자 아빠를 제외하고 가족들은 대부분 잤다. 그에 비해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경치 보는 것을 좋아했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깨어있었다.

최종 목적지인 부산 해운대에 늦게 도착했고, 이제 올라가기로 했다. 올라오는 경부고속도로에서 나도 모르게 자고 말았다.

 

----------자고 일어남-------------------------------------

자고 일어났더니 아버지가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도중 휴게소에 들렸었는데, 주차한 곳 바로 앞에 큰 버스가 오더니 LG트윈스 선수들이 단체로 내렸다는 것이다. 그날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야간 경기를 끝내고 서울로 올라오던 중이던 것이다.

가장 좋아하던 박용택 선수도 봤고, 당시 감독이었던 김재박 감독과 담배를 피며 이야기도 나누었다고 한다. 이번 가족 여행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고 요새 LG가 최근에 부진한데, 잘 됐으면 좋겠네요같은 소소한 대화를 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재박 감독은 팬서비스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 블로그를 보면 알겠지만, 나는 LG트윈스의 골수팬이다. 1994년 이래로 팬이었고, 지금도 야구 결과는 챙겨보고 있다. 당시 자고 있던 탓에 LG트윈스 선수를 직접 볼 기회를 놓쳐 버렸다. 그 이래로 그때 같이 좋은 기회는 지금까지 없었다.

 

... 깨어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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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복사 시절

추억팔이 2022. 3. 21. 16:27

나는 어렸을 때 무럭 종교에 신실했다. 매주 주말 뿐만 아니라 평일 미사와 새벽 미사에 참석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놀랍게도 부모님과 함께 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갔다. [각주:1]

돌이켜보면 어떤 확고한 가치관이 있었다기보다는 별 생각없이 갔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 나는 무척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수녀(세례명: 유타)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나는 미사때 신부님을 돕는 복사가 되었다. 

성당에 자주 다니는 만큼, 인사드리는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많았다.

그 분들은 내가 신부님이 어울린다며, 신부님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5학년 즈음이었을까, 어느날 신부님께서 복사들을 모았다.

신부님: "신부님 되고 사람? 예비 신부님들~! 피자먹으러 가자!"

아이들: 와아아

 

63빌딩 고층부에서 sky pizza를 먹을 계획이라고 한다. 

신부님: 어 원호? 너는 안가?

 

이상하게 내키지 않았다. 

1. 약속이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정말 신부가 되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신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각주:2]

2.  물론 피자야 먹으러 갈 수 있지만, 이 경우 신부님, 하느님께 거짓말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은 '그냥 피자먹으러 가자'했지만, 결국 피자를 먹지 않았다. 이상하게 그때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나는 무리[각주:3]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집으로 갔다. 

 

 

 

  1. 당시 전화에 '*'11x 비슷한 번호를 누르면 정해진 시간에 전화가 울리는 알람기능이 있었다. 이를 통해 새벽에 일어났다. [본문으로]
  2. 당시 장래희망을 쓰라고 하면 '과학자'라고 썼던 것 같다. [본문으로]
  3. 또 복사는 선택받은 특정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단체행동, 의식이 많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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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추억팔이/학창시절 2022. 3. 10. 19:01

대학교 3학년 때, 나는 교내 가톨릭학생회 회장이었다. 

동아리 사람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먹다가 술 잔이 비었는데, 성격상 부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탓에 자작을 했다.

 

옆 친구가 혀를 찼다.

B: 야 임마! 자작하면 앞 사람 3년간 솔로야. 뭐하는 짓이야?

원: 아 미안..

나는 내 앞 자리를 보았다. 

 

 

우리는 모두 당황했다.

앞에 신부님이 앉아계셨다.

 

 

 

 

사족: 학교에서 동아리방 없이 정말 어렵게 운영해야했다. 나를 비롯해 모두 고생을 많이했다. 그 당시의 사투에 대해서는 이 링크 글을 참고해줘도 좋을 것 같다. 참고(동아리): https://ideaspace.tistory.com/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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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2학년 시절 아웃사이더를 벗어나고 싶어 동아리를 찾아보았다.  

당시에 신실한 종교인은 아니었지만-지금도 그렇다-, 당시 하고 싶은 동아리가 딱히 생각이 안나서, 카톨릭 학생회에 들어가게 되었다.

자세한 내용: https://ideaspace.tistory.com/613

 

군대를 다녀오고 나니 회장이 되어 있었다. 나 포함 5명이었던 멤버가 8~9명 정도까지 되었다.

이후 후임자에게 회장을 물려주었다. 하지만 운영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주모임마다 2~3명만 오는 상황이었다[각주:1].

대학원 진학 공부 중, 동아리를 없애야 될 것 같다는 소식을 받았다. 

결국 내가 동아리를 잘 가꾸지 못하여 그런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이 동아리는 적어도 40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동아리다[각주:2]. 창립제를 열면 적어도 20~30분의 선배들이 오신다.

이러한 동아리가 내 대에서 끊어졌다는 것에 대해 항상 죄책감이 있었다. 그래서 선배들을 뵐 면목이 없었다. 

 

최근 매우 오랜만에 선배들을 만났다. 

선배로부터 우리 동아리가 다시 부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개해 준 인스타그램을 보니 과거의 이름[토마스아퀴나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꺼진 불꽃에서 어떻게 불이 피어난 걸까?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후배님들이 너무 대견하다. 자랑스러운 선배일지 의문이지만, 조만간 후배들을 응원하러 갈 생각이다.

 

 

 

 

  1. 후임자의 잘못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이 문제였다. 기회가 있다면 이를 추후에 서술해보겠다. [본문으로]
  2. 일전에 창립제 시 60학번 선배가 오신적도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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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wipe

추억팔이/군대 2021. 10. 23. 21:32

파일을 삭제하는 프로그램이다. 

군대 파일들은 보안과도 관련되어있기 때문에, 삭제해도 복구가 불가능한 BCwipe를 이용하였다.

참고: https://blog.naver.com/njw321/40108424221

 

파일 완전 소거 프로그램 BCwipe

군대에서 컴퓨터 좀 만져봤다 는 사람이면 한번쯤은 써봤을듯 한 BCwipe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파일 보...

blog.naver.com

 

간부들은 종종 사병들에게 BCwipe를 돌려놓으라고 명령한다. 

그러면 그동안 컴퓨터 사용(업무)을 잠시 중단해야 한다. 

 

내가 속해있던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간부가 BCwipe를 돌려놓으라고 명령하고, 잠시 후 돌아왔다.

간: 야 AfterSchool 돌렸냐?

동기[각주:1]: 예. 돌렸습니다.

 

간부가 실수를 깨달았는지 머쓱해하더니 돌아갔다.

 

어떤 연상법에서 그러한 단어가 나왔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1. 무척 센스있는 친구로 기억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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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차

추억팔이/군대 2021. 3. 9. 19:05

09.03.09 군대입대.

오늘 군대 입대한지 12년 되는 해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몇몇 부분은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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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시절

추억팔이 2020. 11. 21. 03:45


풋풋했던 때. 소중한 친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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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에 당시에 대학교에 입학한 나는 여러 수업을 듣느라 정신없었다.

그 와중에 항상 마음 한구석에는 나를 당혹케하는 문제가 있었다.

 

오늘날의 식량 생산량은 옛날보다 늘은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왜 현재에도 배고픔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많은 음식들이 버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한 켠에는 배고픔에 허덕이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당시 내 친구는 교양 강의에서 그와 관련된 책을 읽은 것 같다며

나에게 책을 소개해주었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국내도서
저자 :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 송은경역
출판 : 사회평론(Bricks) 2005.04.25
상세보기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1900년대 초반에 나왔지만, 현대에 적용될 수 있을 만큼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무척 재미있었다. 

또 내가 당시 가지고 있던 생각과도 대부분 일치하였다. 

 

러셀의 깊은 통찰력에 매료된 나머지 군대에서 나는 그의 많은 책들을 읽고 생각들을 접했다. 

러셀은 철학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철학이란 학문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과학이 아닌 낯선 분야로-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내가 대학원 진학을 마음먹은 것은 -많은 사람들도 인지하고 있으나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작은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참고

https://ideaspace.tistory.com/621

예전에 쓴 글이다. 문체는 산만하지만 전체 논조는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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