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봉

잡지식 2015. 5. 31. 10:41

조선 최고의 서예가 석봉 한호. 명필이 되기 위한 그의 노력은
매우 잘 알려져 있다.

노력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는 데서 출발한다. 그가 명필가로
조금씩 알려질 무렵.어느 날 큰 저잣거리에 나섰다가 기름가게
앞을 지나게 되었다.

“아저씨, 참기름 닷 돈어치만 주세요.” 한 소년의 목소리에 무심코 한석봉이 발걸음을 멈췄다. 기름을 사려면 가게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이가 밖에서 기름집의 높은 다락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다락 창문을 열고 얼굴을 내민 주인은 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냐, 그런데 지금 바쁘니까 거기서 네가 잘 좀 받아라.” 아이가 기름병을 받쳐 들자 주인은 기름 항아리를 번쩍 들어 바깥쪽을 향해 기울였다. 그러자 높이가 세 길이나 되는 다락 위에서 쏟아지는 기름이 한 올의 실처럼 기름병의 좁은 주둥이 속으로 쏘옥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더욱 놀라운 것은 기름병이 거의 찼을 무렵 그것이 가위로 잘리듯 뚝 끊어졌는데 한 방울도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 높은 곳에서 붓는데도 한 방울도 안 흘리다니! 기름가게 주
인에 비하면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한낱 기름장수도 최고가 되기까지 무수한 노력을 했을 거라는 생
각이 들자 그는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 뒤 석봉
은 방에 틀어박혀 소년 시절보다 더 열심히 글씨를 연습했다.

어떤 일에 미숙할 때는 누구나 노력한다. 그러나 잘하는 것을 더
욱 잘하기 위해 먼저 자신을 낮추고 노력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
석봉이 명필이 된 진정한 비결은 바로 여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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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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