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이 늘은 것 같다. 

오늘은 내 방의 역사에 대해 -대단치 않은- 짧막한 글을 써볼까 한다. 

밝게 빛나는 곳이 현재 내 방이다. 지붕에 달린 창문은 3층방 창문이다.

 

현재 내 방은 원래 오랜 시간 동안(2004년 이래로) 여동생 방이었다.

나만 3층에 살았다. 부모님과 남동생, 여동생은 2층에서 생활하였다. 

 

-=-=-=-=-=-=-=-=-=2016년-=-=-=-=-=-=-=-=-=-=-=-=-=-=-=-=

2016년에 우리 어린이집이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되면서, 1층에 대대적인 공사가 단행되었다. 

참고: https://ideaspace.tistory.com/969

 

어린이집 페인트칠

우리 어린이집이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되어 그에 따른 개보수공사가 지난 2월간 한창이었다. 그 일환으로 2월 27일 토요일에 어린이집 페인트칠을 하였다. 기술자님과 나와 남동생이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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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공사로 인해 어린이집은 2층에서 임시 운영되었고, 우리 가족은 전부 3층으로 올라와 살게 되었다.[3층 거실에서 3명이 같이 자곤 했다...]

어린이집 공사가 다 끝나고, 1층 어린이집이 다 정리가 되고 나서야 가족들은 2층으로 내려올 수 있게 되었다. 

-

현재, 2층 곳곳을 잘 살펴보면 당시 어린이집이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가령, 1. 모든 방 벽지가 기린, 호랑이, 코끼리와 풀들이 그려져 있는 아동용 벽지이다.

2. 화장실 문을 안에서 못 잠그게 되어있다. 이는 아이들이 화장실 안에서 문을 실수로 잠그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문고리를 고칠 수 있지만, 가족들 모두 별다른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있어(귀찮음?), 아직도 문고리가 그대로이다.[각주:1]

 

=-=-=-=-=-=2017년-=-=-=-=-=-=-=-==

2017년 여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 신혼집을 구하는 동안 일단 3층에서 살림을 차리기로 했다. 

이로 인해 나는 -3층에서 내려와- 2층 여동생 방에 살아야 했다.

가구를 새로 사거나 옮기는 것이 귀찮아서, 여동생의 가구들을 그대로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 방의 침대, 책꽃이, 책상, 옷장은 전부 핑크색이다. 몇몇 친구들은 핑크색을 좋아하냐고 진지하게 묻기도 하는데, 핑크색에 특별한 취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물론 지금도 핑크색 가구들을 쓰고 있긴 하지만).

 

-=-=-=--=-2018년=-=-=-=-=-=-=-=

여동생과 매부가 출가하였다. 

3층으로 다시 comeback할 수도 있었으나, 3층에 세를 놓는 것이 좋겠다는 엄마의 제안이 있었다. 나는 수긍했고, 2층 방에서 계속 살기로 했다.

 

-=-=-=-=-=2019년-=-=-=-=-=-=-=-=-=-=-=-=

여동생과 매부가 여러 사정으로 다시 3층에 돌아오게 되었다. [각주:2]

동생의 이삿짐을 들여오기 위해 나는 내 방을 정리하였다.

이삿짐이 들어올 수 있도록 방을 정리하였다. (feat. 핑크색 침대)
여동생과 매부가 밖을 보며 얘기중이다.

 

장롱을 비롯해서 여러 짐들이 내 방 창문으로 들어왔다. 

문제는 냉장고였다. 이 냉장고는 큰 맘 먹고 구비한 매우 크고 좋은 신형 냉장고였다. 

다행히 냉장고는 창문을 무사히 통과하였다. 이제 내 방 출입문을 통과할 차례.

 

인부 A: 자 이제 문을 통과해봅시다. 다같이 으쌰.

인부 B: 으쌰. 

인부 C: 문이 작아서 통과를 못하겠는데요?

인부 A: 아.... 문이 좁네. 이걸 어쩐다..

 

엄마, 여동생 & 매부, 인부 아저씨는 심각한 논의를 했다. 

결국 

어서와~ 내 방은 처음이지?

인부 A: 학생[각주:3] 어쩔 수가 없었어. 미안해~

 

....

냉장고는 내 방에 두기로 했다.

 

 

----이후-----

母: 썰렁한 거(냉장고?)랑 제일 썰렁한 사람이 이 방에 있네. 

얼마 동안 내 방은 '썰렁방'이라고 불렸다.

 

-=-=-=-=-=-=-=-=현재-=-=-=-=-=-=-=

내 방은 많은 책이 특징인 것 같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혹은 책방에 갈 때마다 책을 사다보니 꽤 많아졌다. 친구들은 방의 많은 책들을 보고 꽤 놀라는데, 이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일단 나는 처분, 정리 같은 복잡한 앞날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손 닿는 거리에 많은 책이 있어 무척 좋고 편리하다는 점만 생각하려 한다.

 

-=-=-=-=-=-=-=-=-=-=-=-=-=-=-=-=-=-

내 방에는 많은 책, 아동용 벽지, 핑크색 가구, 냉장고가 있다. 

내 공간이지만, 사실 이 공간은 나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꾸며졌다. 

생각해보니 내 방이지만 방의 물건, 배치, 공간은 오롯이 내 생각대로 이루어진 게 아닌 것 같다.

내 방은 다양한 상황들이 혼재되어 만들어진게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각주:4]

 

새로운 공간 배치로 인해, 처음엔 약간 불편하지만[각주:5], 별 생각없이 있다보면 잘 적응하는 것 같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내 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매우 많아졌다. [내가 컨트롤 하지 않은 배치, 사물 등이 있지만]나는 내 방에서 꽤 만족스럽게 잘 지내고 있다. 

 

 

 

 

 

 

 

 

  1. 이로 인해 친구가 놀러왔다가 적잖이 당황한 적이 있었다. [본문으로]
  2. 현재도 3층에 머물고 있다. [본문으로]
  3. 나를 지칭하신듯 하다 [본문으로]
  4. ANT 이론으로 멋지게 설명할 수 있으려나? [본문으로]
  5. 간혹가다 뜬금없는 냉장고 소리라던가 ㅋㅋㅋ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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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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