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아마 내가 이 말을 듣는다면 십중 팔구 "그런가?"하고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내가 보이는 반응이 기대와 달라 당황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들은 혹여나 내가 가식/거짓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고 한다. 1
하지만 그건 오해다. 나는 그 사람의 진의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그 분의 기준에선 나는 좋은 사람이다. 무척 감사하게도 나를 좋게 평가해준 것이다.
그런데 좋은 사람을 "특정인 관점에서" 좋은 사람 vs "전체적(포괄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 가령, 잔악한 히틀러도 여동생에게는 무척 좋은 오빠였다. 그렇다면 히틀러는 여동생에게 좋은 사람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나쁜 사람이 된다. 2
나는 사람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과연 '포괄적으로 좋은 사람'에 해당하는지 반사적으로 고민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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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면, 타인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 필수일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유한한 자원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한하게 자원을 퍼줄 수 없다.
결국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무척 힘든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내가 누군가를 돕는일이, 반대로 누군가에게 좌절을 주거나, 손해를 끼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3
결국, -안타깝게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매우 요원한 일처럼 보인다.
설령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해도,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전체적(포괄적)으로" 좋은 사람은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체적(포괄적)으로" 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4
내 생각에는 조건 1.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자원을 배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조건 2. 주변에 시간과 에너지 같은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효과적으로" 분배하지도 무척 중요할 것 같다. 5 6
가령, 가정엔 소홀하고, 한 번 보고 말 사람에게 성심껏 대해주는 사람 vs 가정에 충실하고, 한 번 보고 말 사람들에게 소홀한 사람: 이 경우 후자가 더 '포괄적으로 좋은 사람'에 해당할 것 같다. 전자는 비효율적인 곳에 자원을 낭비하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잣대)는 다시 나에게 적용된다. 포괄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주어진 자원을 잘 쓰고 있는걸까?
안타깝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인간 관계망의 중심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할당하는 자원을 적게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설령 그렇다해도 관계망 변두리에 자원을 아예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가령, '반가운 인사', '안부 묻기'에는 많은 자원이 들지 않는다. 이는 조건 1(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에게)을 충족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조건 1 충족에 있어, 중요한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7. 자만하거나 나를 과신하면, 내 할 일을 그르치고 더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내 분수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듯 하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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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나는 "내가 정말 포괄적으로 좋은 사람일까?"란 생각을 한다. 자연스럽게 내가 그동안 했던 행적들이 떠오른다.
바보같은 실수들도 떠오르고, 그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의도와 다르게 나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그래서 항상 주저주저 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은 늘 있는데, 잘 모르겠다.
- 너무 뜨뜻미지근한 탓에 심지어 "나에 대해 잘 모르면서 그런 얘기를 하나?"라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던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본문으로]
- 따져보면 공리주의 식 접근과 비슷한 것 같다 [본문으로]
- 특히 나는 이를 군대 때 많이 느꼈다. 당시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라는 동료의 조언은, 군생활에 있어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다음에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다. [본문으로]
- 상당수 사람? [본문으로]
- 물론 효과적/효율적인 자원 분배가 무엇인지는 규정이 필요할 것 같다. 단순히 직관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내 직관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되었으면 좋겠다. [본문으로]
- 내가 보기에는 조건 2가 더 중요해 보이는 것 같다. 나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에 조건 2만 충실히 지키면서 살아도 훌륭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매번한다. [본문으로]
- 한 번 보고 말 사람들? 이웃?, 별다른 교류가 없는 사람들? [본문으로]
- 한편 조건 2는 기본으로 잘 지켜야 한다. 이 점에서 나는 조건 2가 조건 1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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