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프면 변한다'라는 말이 있다.
어릴적에는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것 같다. 유명인들이나 주변의 사례를 보면 그러한 사례들이 정말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가령 성격이 바뀐다거나(가령 좀 더 급해지거나 과격해진다), 사상(이념)의 전환이 있거나, 하던 일(가령 연구)을 그만두고 뜬금없는 일로 전향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가족들 말에 따르면 나는 아프면 착해진다(ㅋㅋ)고 한다.
평소 건강할 때는 싱거운 유머를 하고, 호기심으로 "왜요?"를 달고 사는데, 아플때는 의견에도 순순히 따르고 좀 더 공손해진다고 한다. 가족들은 착해져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발랄했던 나를 그리워한다. 빨리 건강이 회복되어서, -내키지는 않지만- 싱거운 농담을 하는 원래의 나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1
-보통 다들 그렇겠지만- 건강할 때는 몸에 대해서 생각하지는 않는다. 평소에는 호기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세상만사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과학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인간(행태)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범람하는 여러 의견, 주장에 대해서도 저울질하고 종종 허물어보는 것도 즐기며, 으레 싱거운 유머를 날리는 것도 즐긴다. 이는 나의 가장 기본적 기반(내 몸의 건강)이 탄탄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몸에 대한 생각으로 에너지를 쓰지 않기에 신체적, 정신적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시간과 에너지를 세상과 주변에 대해 생각하는데 쓴다.
한편 아플 때는 주로 내 몸 상태에 한정하여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몇년전 감기 몸살을 크게 앓은 적이 있는데, 뜬금없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현재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많은 행동적인 제약은 있지만 그나마 걷는 것, 먹는 것 같은 기본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졌다. 공부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건강, 가족)을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반성까지 들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말씨도 공손해지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 것 같다.(그러니 가족들이 놀랄 수밖에...). 한편으로 주변에 대한 관심, 공부/연구에 대한 의욕은 많이 줄어들게 되는 것 같다. 슬프게도 노잼화도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세상에 대해 알고 싶고 궁금한 것도 많고, 읽고 싶은/읽어야 할 책들이 아직 많다.
또 나는 내 생각이 어느 한 곳에 고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A란 생각을 옹호했다가 허물어보고, B를 옹호했다가 허물어보는 것을 즐긴다. 비유하자면 나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해보는 것을 즐긴다.
만약 내가 아프게 된다면, 더이상 생각(이념)이 발전하지 않고 멈추고 굳어지게 될까 두렵다. 마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못하고 떨어진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 줄타기를 오래오래 하고 싶다. 2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건강할 때는 군말이 많고 삐딱할 때, 언제고 불평하는 투덜이였을 때, 그리고 시덥잖은 농담을 활발하게 할 때였던 것 같다. 어쩌면 그게 가장 건강한, 나다운 상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한 상태가 오래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건강을 위해 많은 노력을 다할 것이다.
참고: 공부 https://ideaspace.tistory.com/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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