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면서 호기심과 두려움이 들 때는 상당량의 유입경로가 생성되었을 때가 아닐까 한다. 이는 누군가가 내 블로그 글 하나하나를 보고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어느덧 티스토리를 운영한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이 블로그에는 나에 대한(내 생각, 사상, 신상 등) 많은 정보가 있기에, 방문객은 나에 대해 좋든/싫든 어떠한 인상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글을 써놓은 만큼, 누군가에게 민폐가 되는 글을 나도 모르게 써놨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다량의 유입 경로가 발생하면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어떤 분일까? 내 글을 보고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판단)할까? 혹시 실례를 범한 부분은 없을까? 문제가 될 글은 없을까?' 등을 생각하는 것 같다.
비유하자면, 나는 원주민 앞에서 오보에를 연주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원주민과의 첫 만남. 원주민이 보고있다는 것을 파악하자, 긴장하면서 자신의 연주를 하는 신부.(특히 2:33 부분) 1
방문객은 내 글들을 샅샅히 훑어본다. 방문객은 익명이기에, 나는 이 사람들이 누구이며 내 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이러한 유입 경로가 생기면 -동영상의 오보에 연주자처럼 ㅋㅋㅋ- 긴장을 하게 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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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블로거들은 이 상황을 일종의 스토킹으로 여기고 불쾌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다. 스토킹은 나의 사적인 공간[집]에 허락 없이 함부로 침입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블로그는 -물론 사적인 공간은 맞는듯 하나- 남들에게 [특히 공개글의 경우 대놓고 읽으라고] 오픈한(허락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블로그 침입(?)을 스토킹과 동일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령 내가 게시물 1000개를 오픈했다면, 남들이 10개를 보든, 100개를 보든, 1000개를 보든 나는 이를 허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이 내 블로그를 휘젓고 간 경우 물론 긴장하고 당황하지만, 그러한 긴장은 -타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상하다- 이는 내가 허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 친구? 부모? 선생님?)마다 다른 말투, 다른 어조, 다른 소재로 이야기한다. 모르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 친구들에게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제각각 다르다.
그런데 여기 ideaspace는 나를 모르는 사람만 오는 장소가 아니다. 또 내 친구들만 오는 장소도 아니다. 이 곳은 누구나[심지어 우리 엄마도...] 들어올 수 있도록 내가 허용한 장소다. 따라서 예상된 화자(불특정 다수)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결국 공개글을 쓸때, 좀 더 주의깊게 소재를 정하고 글도 써야하지 않을까 2란 생각을 하고 있다. 3
아..! 그래서 결론은, 그러니 누구든 이 곳에 언제든 오셔서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다소 노잼일 수도 있지만]
참고: 블로그에 관한 생각 https://ideaspace.tistory.com/1439
※ 사족: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의 블로그를 마구 휘젓고 다닌다는 소리는 아니다. 나도 블로그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블로거들에게 스트레스, 긴장을 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휘젓고 다니기를 자제하려고 상시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