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걱정에 잠겨있는 것같다.

군대에도 메르스 격리인원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폐쇄적인 군대 특성상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회상------------------

 

2009년 10월정도로 당시 군대에 있었고 일병이었다.

당시 신종플루가 창궐해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뉴스에서 접한 적이있었다.

그래도 휴가를 자르네 마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얘기는 듣지 못했다.

 

공군은 6주마다 외박을 나가기 때문에 부대인원을 6조로 나누고 로테이션을 한다.

내가 나갈 외박 주가 돌아왔다.

 

휴가 나가기 이틀전

주현이형이 불렀다.

 

주현이형: 원호야 우리 이번주에 나가는 휴가자들 만나서 술한잔 할 생각이야.

              너도 왔으면 좋겠다. 올거지?

원: 네 알겠습니다.

주현이형: 나가서는 형이라고 불러!

 

나는 그 주 수요일날 먼저 휴가를 나갔다.

 

핸드폰정지를 풀고 놀고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봐도 주현이형의 전화는 없었다.

내가 짬이 낮기 때문에 선임들을 불편해할까봐 안부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요일 8시

귀영...

 

만나는 선임들에게 경례를 한다.

 

오주현 상병님이 세면장에서 굳은얼굴로 청소를 하고있다.

 

오주현 상병님은 토일월화수인데..? 왜 부대에 계시지?

 

----------생활관 귀가-----------

 

원: 필승!

 

A: 이야~ 행운의 사나이 오셨네.

B: 개꿀 빨다왔네

C: 예언자다 예언자.

D: ㅋㅋㅋㅋㅋㅋㅋㅋ

 

원: ?

---------------------------

 

내막은 이렇다.

 

내가 휴가를 나간뒤에

3시간 후 중대장이 우리부대 30명의 병사들을 모았다.

 

"신종플루로 휴가,외박, 외출을 일절 금지한다."

 

내가 휴가를 떠나자마자 위에서 바로 지침이 내려왔다고 한다.

 

타이밍의 귀재.

 

------------

 

신종플루로 인해 나가지 못하면서 병사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되었다.

 

면회를 하고 와서도 항상 의무대에서 체온을 재고 와야했고

밥을 먹을때도 (굉장히 배고프다.) 손을 항상 씻으라며 식당반장의 지나친 잔소리를 들어야 했고

간부들 사이에서도 병영내 신종플루를 막기위해 지나치게 민감해해서 부대 분위기도 그닥 좋지않다.

이와중에 선임들은 나가지 못한다고 투덜대고

후임들은 그럴때마다 눈치를 봐야했다

 

마스크도 굉장히 불편했다. 강제로 마스크를 착용하게 했는데

일을하는데 안경에 입김이 서려서 굉장히 불편했다.

벗어놓았는데 만약 그것을 만약 윗분(속히 말하는 스타나 중령)들이 본다면...?

생각건데 안전불감증이라고 병사들 교육 확실히 안하냐고 

우리부대 간부들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쏟아부을 것이다. ㄷㄷㄷㄷ

내 마음대로 마스크를 벗는것도 쉽지 않다.

 

아래 병사들은 이래저래 피해가 크다.(뭐 일단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게 가장크지 않을까?)

 

.....

드디어 신종플루 조치가 해제되었다.

정확히 6주만이다.

-------------

 

군인들: 야! 신종플루 해제다. 살것같다. 드디어 나가는 구나!

 

마침 6주 사이클이 돌고 다시 내가 나갈차례가 되었다.

 

원: 필승! 다녀오겠습니다!

선임A: 거기 외박란에 이름적고가~

 

외박란을 보니

앗...

 

당연히 그동안 나간 사람이 없었으니

가장 최근에 나갔던 정원호 밑에 정원호를 적게되었다.

 

A: 야. 이것봐봐 정원호 밑에 또 정원호 적는것봐봐

B: 대박!

C: 신의 아들이네.

D: 아니 뭐 이딴 경우가.

 

나는 짬찌였기 때문에

내가 봐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선임들말대로 이건 뭔가 굉장히 불공평하다.'는 액션을 해야했다.

 

그리고 굉장히 겸손하게 나갔다.

 

결국 난 신종플루와 상관없이

정확히 6주사이클에 맞춰서 외박을 다시 나간

부대의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비행단에서도 그런 사람이 얼마 없다던데 여하튼 ㄷㄷㄷ..)

 

그후로도 내가 휴가를 나갈때마다 뭔가 사건은 계속터졌다.

이상하게도 내가 부재할때마다 터지는 그러한 신비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나는 부대를 지키는 수호신(또는 화를 입지않는/면하는 예언자)란 호칭을 얻게 되었다.

-이건 다음기회에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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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로 많은 사람들이 걱정에 잠겨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을 하루가 다르게 빈번하게 본다.

 

언론이나 신문에서 많이 다루지는 않지만

군인장병들도 이번사태로 상심이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행히 나는 외박제한에 별다른 타격이 없었지만(...;; 이런 요지의 글을 쓸 입장이 될런지 모르겠다.)

이런 전염병이 생기면 거의 99%의 군인은 영향을 받는다고 보면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고

할 수 있는 행동의 제약이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줄어든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힘들텐데

메르스조치로 이중으로 고통을 받을 군인들을 위해서라도

상황이 빨리 정상화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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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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