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고

추억팔이/군대 2015. 5. 18. 00:55

2009년 12월 5일에 있던 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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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다가

2.5톤 군용차 사이드미러를 깨먹었다. 우지끈 소리에 차에서 내려 보니 차는 벽에 붙어있다시피 했다. 그리고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내 차를 둘러싸고있었다.

미숙했다. 뒤를 봐주던 사람에게 너무 의지했다. 시키는 대로만 했다가 사고가 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전자인 나는 안전고려를 하지 못했다.나 뿐만 다른 근무를 하고있던사람들.. 모두 나왔다. 반장님도 나왔다. 그리고 뭐하고 있었냐는 성난 고함을 들었다.

나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뭐 어쩔수없는것 아니잖는가? 군대이기 때문에

 

입대에 하기전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군대에서는 사회와 달라서 실수해도 오히려 괜찮다고.. 사회라면 남과 합의하고 손해를 따지는데 정신이 없을테지만 이곳은 군대이고, 또 우리는 모두 '병'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혼나긴 했지만 뜻밖의 피해는 적었다. 사유서를 쓰고 감점을 당하고, 의외로 조용히 넘어갔다. 물론 소문은 파다하게 났고, 나에대한 험담도 들었지만말이다. 그 차가 있던 곳으로 가서 테이프로 사이드미러의 유리조각을 붙였다. 모양은 맞지만 이미 금들은 어쩔 수 없었다.

 

실수 한건 맞지만, 괘씸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조금 더 대범해지고싶다.

 

항상 실수에 벌벌떠는 소심한 모습은 좋지않다.

실수를 하자. 실수는 자신을 더욱더 성숙하게 하는거니까

당황하지말자. 그리고 지금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고 배우자

가슴깊이 새기자. 언젠가 먼 훗날에도

이 경험을 통해서 당황하지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날이 올것이니 말이다.

 

홀로 멍하니 5분간 깨진유리와 청테이프로 덕지덕지 땜질된 사이드미러를 보았다.

이미 상처를 남기면 그것을 예전으로 돌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일이다.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게 첫번째다. 실수로 인한 상황이 발생할경우 처음인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수가 발생했다면, 나를 자책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실수에 대처하는 법, 고통만큼 더 성숙해지는 법등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점에서, '지금 이때 실수를 하지, 아니면 언제 해볼 수 있겠어'라고 내 자신을 자각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나를 노려보고있고, 나 또한 당황한 그 상황에서

"원호를 좀 혼내고 오겠습니다."라는 명분하에

일부러 나를 조용히 끌고가서 "너도 차 사고 회원이구나!" 라면서 웃음으로 넘겨주시고, 워낙 큰 트럭이기에 그럴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조심스럽게 하고 핸들은 조금씩 틀면되라고 친절하게 말해준 내가 존경하는 그 분에게도 감사한다.

 

모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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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형. 잘 지내고 계신가요?

형의 말씀대로 후임들을 많이 배려하려 했어요.

형이 후임들에게 베풀었던 것만큼의 반이라도 하려고 노력해왔었는데....ㅎㅎ

 

군대와 다르게

우리가 사는 사회란 곳은

책임이 뒤따라서 인지 본인의 실수를 일정부분 감수해야 하는 것 같아요.

따뜻한 위로를 해줄 사람을 제가 필요로 해서인지 몰라도

더욱더 뵙고싶네요.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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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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