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대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단지 과거회상을 좋아한다.
몇몇 군대생활을 지금에나마 추억할 수 있는 이유라면
힘든일을 함께해주고 격려해주었던 좋은 동료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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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행단 대표로 화생방 전술평가대회에 나간적이 있다.
굉장히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흠. 지금 나에게 다섯발자국도 안되는곳에 그 당시 일기장이 있다.
한번볼까.
아..일기는 없고 전평에 대해 짧막한 언급이 있다.
방독면 착용에 걸리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처음에 쓰는게 1분을 넘겨서 OOO 중사에게 방독면을 쓰고 엎드려 뻗쳐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3일뒤 55초, 그리고 2일뒤 30초
대회나갈때는 13초이내가 되었다고 적혀있다.
....
하면 되긴 되나보다.
OOO중사는 단순하고 무식한 군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지나치게 강한사람
결국에 죄값을 치렀다고 할 수있겠지만
뭐 그 사건은 나중에 이야기하고
여하튼
전술평가대회 팀은 총 5명이었는데
이 다섯명은 정찰차내에서
화학상황에 맞추어 시뮬레이션을 해야한다.
화생방 정찰차이다. 이래보여도 10억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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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중에 일어난 일이다.
요한: 적 화학물질 탐지...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OO: 기상상태는 어떠한가?
(풍속과 풍향에 따라 물질이 확산속도와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지직 지지직
종이가 인쇄되고 있다.
원:온도 23C, 습도 0%
풍속 0m/s
OO: 뭐 0m/s? 진짜야?
바깥을 봤다.
앗...
창가로 나무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원: 기계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OO: 흠 알았다.
본부에 보고 드립니다.
풍속 0m/s
어찌어찌 넘어갔다.
나무는 여전히 세차게 흔들리고 있다.
요한이는 웃음을 참느라 자지러졌다.
기계만능주의 덕택에
나는 위기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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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기상탐측커버를 벗기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속히 말하는 A급은 아니었던 것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비행단 대표였다니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