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추억팔이 2017. 1. 26. 20:23

8살때 피아노를 처음 배운 것같다.

 

0.

처음 왔을때 내 손을 스케치북에 본떠 색연필로 그렸는데

선생님은 엄지에 1, 검지는 2, 중지는 3, 약지는 4, 새끼는 5라고 번호를 붙이고

앞으로는 이 번호가 손가락 이라고 하셨다.

 

피아노를 치는 방은 폐쇄되어있다.

그러한 방이 8~9개가 있다.

피아노를 처음 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꽤 낯설다. 

 

뭐 익숙해지면 그럭저럭 괜찮다.

 

피아노에 열쇠구멍 있는 곳이 '도'라고 하셨다.

 

뭐 그런 기억이 난다.

 

1.

9살때 였나?

 

파도솔레라미시/시미라레솔도파를 못 외워서 집에 못갔다. 

선생님 거꾸로 뒤집으면 되는 건데 그것도 못 외우냐며 역성을 냈다.

 

아이에게 가르친다는게 조금 어려웠을지는 몰라도

왜 파도솔레라미시 순서인지 알려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때 정말 피아노학원을 다니기 싫었다.

 

2. 

피아노 학원을 2~3곳 정도 다녔는데

어느 피아노학원이든지 절차는 비슷했다.

 

학원에 도착해서 알림장을 선생님께 주면

선생님은 거기에

1 2 3 4 5 6 7 8 9 10 을 써주었다.

 

오늘 연습할 피아노 곡을 한 곡씩 칠때마다

동그라미를 치면 된다. 10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다 친것이다.

 

다 치고나면,

선생님에게 다 쳤다고 말한 뒤 확인을 받으면 된다.

(거짓말 탐지과정?)

 

OK가 떨어지면

"자유다!"라고 외치며

학원안에 있는 실내놀이터로 뛰어가

학원 친구들과 볼풀장에서 놀면 된다.

 

그날 곡은 산타루치아 였는데

선생님이 내 반주에 맞춰서 노래를 불러주셨다.

 

예고없이 갑자기 부르셔서 당황했지만

무사히 연주를 끝냈다.

 

 

"자유다!"

 

3. 공연

 

아마 4~5학년 이었을 것이다. 

학원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행사를 했던 적이 있던 것같은데

 

나도 연주를 하게되었다.

스핀들 '트럼펫 세레나데'란 곡을 연주했다.

 

 

 

한 10일 정도를 단내나게 연습했다.

당시 생각해보니 연주에서 실수를 하면, 선생님 입장에서는

학부모 앞에서 실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난감해 했을 것임에 분명하다.

 

여하튼 이 곡은 지금 기억해보라하면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독하게 연습했다.

 

나는 이 곡을 연주하고

후에 2차로 어떤 여자아이와 단소 연주도 했다. 

 

어머니는 바쁘셔서 공연에 오지 못했다.

 

4. 짝퉁

 

내 부족한 피아노실력으로 인해 종종 아쉬움이 들곤 했다.

종종 아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되면 기분은 좋았는데,

내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을 때면 이건 원곡가 다르게 영 초라해서

안타까움이 종종 들곤 했었다.

 

 

 

진짜를 연주하고 싶다는 기분

이 아이의 기분도 나와 같을런지.

 

4.1 짝퉁을 벗어나

 

배우다보니 어느덧 내가 곡 다운 곡을 연주하고 있구나를 느꼈던 적이 있다.

소나티네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였던 것같다.  

 

바이엘을 다 끝낸뒤

선생님은 하농책과 부르크뮐러 소곡집 체르니100등을 주셨다.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월/금엔 하농을 하고 화/목에는 소곡집 수요일에는 소나티네 대략 이랬던것같다.

그와 함께 체르니는 매일 연주 했었던것 같다.

 

나는 소나티네를 연주하는 날을 가장 좋아했다.

 

 

선생님은 종종 재미삼아 소나티네 14번을 멋드러지게 연주하곤 했었다.

어느날 선생님이 소나티네 14번을 배워보자고 했을때 뭔가 나도 실력을 갖추게 된 것같아 기뻤다.

그 순간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모차르트의 곡이다.

 

 

워낙 안친지가 오래 되서

지금은 예전만큼 피아노를 잘 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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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에 관한 이야기는 기억이 나는대로 계속 추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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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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