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무럭 종교에 신실했다. 매주 주말 뿐만 아니라 평일 미사와 새벽 미사에 참석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놀랍게도 부모님과 함께 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갔다. 1
돌이켜보면 어떤 확고한 가치관이 있었다기보다는 별 생각없이 갔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 나는 무척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수녀(세례명: 유타)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나는 미사때 신부님을 돕는 복사가 되었다.
성당에 자주 다니는 만큼, 인사드리는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많았다.
그 분들은 내가 신부님이 어울린다며, 신부님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5학년 즈음이었을까, 어느날 신부님께서 복사들을 모았다.
신부님: "신부님 되고 사람? 예비 신부님들~! 피자먹으러 가자!"
아이들: 와아아
63빌딩 고층부에서 sky pizza를 먹을 계획이라고 한다.
신부님: 어 원호? 너는 안가?
이상하게 내키지 않았다.
1. 약속이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정말 신부가 되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신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2
2. 물론 피자야 먹으러 갈 수 있지만, 이 경우 신부님, 하느님께 거짓말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은 '그냥 피자먹으러 가자'했지만, 결국 피자를 먹지 않았다. 이상하게 그때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나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집으로 갔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