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으라’는 종교적 의미에서 종종 쓰는 말같다.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이 말이 절실히 와닿았던 적이 있다.
---------------회상----------------------------------
고등학교 때 가족여행을 간적이 있었다. 당시 아버지는 꽤 담대한 구상을 하셨는데, 서해안, 남해안을 거쳐 부산을 찍은 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집에 가는 것이었다.
당시 차는 (97~98년산?) 슈마였다. 내 동생이 92년 생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슈마를 ‘막내’라고 종종 불렀다.
하루 종일 해안도로를 다닌다는 점에서 기분은 좋았지만, 아무래도 거의 차 안에만 있다보니 피곤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운전자 아빠를 제외하고 가족들은 대부분 잤다. 그에 비해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경치 보는 것을 좋아했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깨어있었다.
최종 목적지인 부산 해운대에 늦게 도착했고, 이제 올라가기로 했다. 올라오는 경부고속도로에서 나도 모르게 자고 말았다.
----------자고 일어남-------------------------------------
자고 일어났더니 아버지가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도중 휴게소에 들렸었는데, 주차한 곳 바로 앞에 큰 버스가 오더니 LG트윈스 선수들이 단체로 내렸다는 것이다. 그날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야간 경기를 끝내고 서울로 올라오던 중이던 것이다.
가장 좋아하던 박용택 선수도 봤고, 당시 감독이었던 김재박 감독과 담배를 피며 이야기도 나누었다고 한다. 이번 가족 여행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고 “요새 LG가 최근에 부진한데, 잘 됐으면 좋겠네요”같은 소소한 대화를 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재박 감독은 팬서비스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 블로그를 보면 알겠지만, 나는 LG트윈스의 골수팬이다. 1994년 이래로 팬이었고, 지금도 야구 결과는 챙겨보고 있다. 당시 자고 있던 탓에 LG트윈스 선수를 직접 볼 기회를 놓쳐 버렸다. 그 이래로 그때 같이 좋은 기회는 지금까지 없었다.
아... 깨어있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