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의 성

주저리주저리 2017. 2. 14. 22:20

삼국지를 좋아해서인지 유비를 좋아한다.

다소 명료하지 않을 수 있겠다.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는 성 부수기를 잘한다.

 

인지하지 못한 채 어느덧 커다란 신념의 성이 되버린 경우가 있다.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럴때마다

종종 반대 생각을 해보려고 노력한다.

반대 생각을 하는 근거를 최대한 잘 짜맞춰보려 노력한다. 

 

나름 모의고사라고 할까?

이 성이 얼마나 견고한지, 내가 평생을 안고갈만한 멋진 신념인지 시험을 해보는 것이다.  

 

나는 성 부시기를 할 때마다 항상 이 이미지를 떠올린다. 부수어야만 다시 지을 수 있다. 미련을 갖게 되면, 새로움은 영영 나올 수 없다.

 

나는 신념의 결함을 찾고,

결함을 고치는 것은 결국 내 자신에 발전이 되는 길이라 믿고,

굉장히 정직하게 테스트를 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몇몇 경우, 반대 의견이 생각보다 강할때가 있다.

균열이 생각보다 심각한 경우이다.

성은 크고 아름다워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생각보다 굉장히 허약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한 가지 방법으로

그러한 균열/비정상적 결함을 무시하면서, 그 성을 지켜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내가 옳다는 것만 믿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주장/의견은 한 귀로 흘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른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유야무야 넘기는 행동은 정직하지 못한 일이다. 그것은 아집과 독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결정은 심적 안정측면에서 편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눈을 가리고, 타인에게는 조롱받는 안타까운 상황이 될 수있다. 또한 결함을 고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했기에 내 자신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 자신의 발전을 위해

나는 결국 성을 부셔버리기도 마음먹었다.  

 

그런데, 성을 부수는 일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다.

 

1. 우선 내 부족함에 굉장히 초라해진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성을 짓고 지난날 살아왔다는 것이 부끄럽기도하고, 내가 그동안 우물안에서 살아왔다는 것에 대해 자괴감도 든다.

 

2. 텅빈 황량한 터만 남았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지침이 없는 셈이다.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알고있는 것은 0인 것같은 기분이다.

자신만의 판단에 따라 Yes/No를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답답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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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알고 있는 것이 0이라고 결론내릴 수 없다.

나는 '과거에 지었던 성이 결함이 있기에 버려야 마땅하다'라는 사실은 적어도 하나 알았으니 말이다.

 

큰 성을 짓는 다는 것은 막막해보일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왜냐하면, 무너졌던 그 큰 성도 애초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성이 다시 나올 지도 모른다.  

 

그만한 아름다운 성이 언제 지어질진 비록 장담할 순없지만,

훌륭한 성이 지어질 수 있을 거라 믿고 다시 건축을 시작하면, 

과거의 그 성을 무너뜨렸던 결함에도 끄떡없는 더 견고한 성이 언젠가 완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에게 시행착오는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귀찮고 힘들고, 때로는 비참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몇 번이고 내 신념의 성을 테스트하고, 무너뜨리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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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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