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주저리주저리 2016. 11. 11. 23:03

고 1때 담임선생님이 있었다.
굉장히 흥미로운 사람이었는데, 자신이 관상을 볼 줄 안다고 하였다.

수업중에 한번은 나를 보시더니 데모같은 걸 절대로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나와 비슷한 제자분이 있었는데 험한 꼴을 당했다며 장시간 이야기한적이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몇 번 시위현장을 지날 때가 있었다. 내 또래들이었다.

어느덧 내 마음속에는 두 가지 소리가 나타나 논쟁을 한다.

A: 나는 저 학생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 아닐까? 내가 무임승차를 하고있는 것은 아닐까?
합류해서 마음의 짐을 더는게 낫지 않을까?

B: 무슨소리야. 데모에 참여할 시간에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지금보다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때 그때 실천해도 늦지 않아

그때마다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곤했다.
선생님의 그 말은 나를 더 소극적으로 만들곤 했다.
그래서 참여하지 않았다.

어쩌면 비겁한 정당화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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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역사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있다. 

다시말하면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뒤에 있는 한 사람이 나라를 좌지우지 흔든다. 부당이득을 얻는다.
유능한 대통령이란 문구는 다 허상이었다. 무능한 대통령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자신만의 국정 철학없이, 중요한 결정들을 타인에게 위임해버리는 허수아비였을 뿐이었다.
민낯이 드러난 현재 국정운영은 마비상태이다. 대통령은 책임조차지지 않는다. 
다수결이 항상 바람직한 절차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이 사건을 계기로 더 굳건해졌다.

 

정당하지 않은 절차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호스트바에 가서 산 성노리개, 월세 천만원의 호화스러운 집
누군가의 절박한 노력을 비웃는 불공정한 경쟁

국민으로부터 빌린 권력이란 것을 인지못하고 자신의 것인양 떵떵소리치는 위세

 

반면,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이러한 세태를 한탄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열심히 살아도 빠져나올 수 없는 쳇바퀴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말이다.

내가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있나?'라는 자문할 여유없이

단지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위해 하루하루 사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별문제 없다는듯 방치하고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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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갑같은 부패한 관리들의 수탈과
일제/외국의 침략야욕으로 위태로웠던 정세속에서
농민들은 나라를 지키고자 동학농민운동을 일으켰다.

1919년 3월1일
대한독립을 외치고자 사람들은 목숨을 버릴각오로
만세를 부르짖었다.

1960년 4월 19일
민주주의의 대한 열망으로
이승만의 독재에 항거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탄압을 각오하고 거리에 나왔다.

그들은 가슴속에 무언가 변화를 바라는 열망을 품고 나왔을 것이다.


만약 내 아들이나 손자가 역사책을 보며 지금 사건에 대해
당신은 어떤 역할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할까?
'참여하지 못했노라'라고 부끄럽게 말하는 것이 싫다.
떳떳한 어른이 되고싶다.

 

비록 대야의 보잘 것없는 물한방울이 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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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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