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고민이나 상담을 요청하면서 종종 평가(생각)를 요청받을 때가 있다.
나는 지인이 제공한 여러 정보들을 종합하여 "그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나름 성심성의껏 "그 상황에서 나라면 이러이러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듣고 사람들은 보통 "아 그럴 수 있겠다/그렇겠다/맞는 말이다 고맙다."라고 한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이에 대해 "너는 나의 상황을 잘 몰라서 그래", "너가 그 주제에 대해 초보라서 그래", "너는 잘 몰라" 등으로 반응할 때가 있다.
이 반응에 대해 보통 나는 "아 맞아요. 그렇겠네요. 말씀대로 저는 당신의 자세한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보다는 당신이 더 좋은 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수긍한다. 말마따나 나는 그 사람이 이야기한 단편적인 상황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왜 나한테 생각을 물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의 논리대로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은 별로 도움이 안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본인보다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이야기하라 해서 나름대로 이야기했는데, '너는 잘 몰라서 그런것이다'라고 하면 다소 머쓱할 때가 많다.
왜 자신의 생각을 평가하라고 했는데, 질문과 다르게 평가에 열려있지 않는 것일까? 그러한 사람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어쩌면 평가보다는 응원, 위로, 공감, 칭찬같은 정서적인 지지를 바라는 것일까?
그렇다면 "평가/생각을 제시하달라"같은 딱딱한 용어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용어를 쓰면 어떨까? 가령 "자기 소개서를 쓰고 있는데 힘드네요.", "~~한 일이 있는데 많이 슬퍼요."같이 위로/격려/응원이 좀 더 드러나도록 요청해보면 어떨까?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아마 모두가 그럴 것이다. 만약 정서적인 지지를 원한다면, 그 때만큼은 평가/생각/옳고그름 같은 딱딱한 기준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그 사람을 응원할 것이다. 1
사족: 평가에 열린 자세를 갖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나와 다른 의견(생각/비판)은 무척 쓰디쓴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입에 쓴 약이 몸에 도움이 된다"는 말처럼 평가에 열려있는 것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나도 항상 염두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마음가짐을 상시로 갖는 것은 무척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 물론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초인은 아니기에 빈도나 정도 측면에서 매우 심한 경우, 지쳐 나가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것을 감안해야 할 것같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