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내에 긴 분량의 글을 써야 할 때가 있다.
예전에는 글의 구조, 뼈대가 완벽하게 완성되고 나서야 글을 시작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
첫째로 완벽한 사전작업을 염두하다가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 단계에서 갑자기 머릿속에서 뿅!하고 완벽한 밑그림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1
이로 인해 글쓰기에 앞서 완벽한 사전 작업을 마치고자 할 경우, 글이 지지부진 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심각한 악순환을 가져온다.
지지부진=> 부족한 시간=>압박감=> 현실도피=> 더욱 부족한 시간 => 더욱 커지는 압박감 => .....
둘째로 글을 쓰다보면 밑그림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설령 개략적인 뼈대를 구성했다고 해도, 글을 쓰는 와중에 새로운 글, 자료들을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있었다.
결국 사전작업에 시간을 투자한 것이 크게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결국 나는 사전 작업에 중요성을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케치가 애초에 개략적이라는 것을 전제한 것이기 때문에 욕심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나는 될 수 있으면 -매우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일단 써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우선 관련된 여러 자료(논문, 인터넷, 책)등을 찾아보면서 글감들을 마련하고자 한다.(가령, 논문 A에 대한 정리, B에 대한 정리, 책 1에 대한 정리, 책 2에 대한 정리글, 인터넷 자료 1에 대한 정리 글 ......... 기타 여러 자원 수집을 하려 한다) 2
그리고 그제서야 수집된 글감들을 토대로 어떻게 한 편의 글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러한 글감들은 다양하게 조합될 수 있다.
가령, 논문 A- 책 1 - 인터넷 A - 인터넷 B를 조합하거나, 논문 B - 책 2- 인터넷 A - 인터넷 B 등으로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
결국 글감들을 조합함으로써 하나의 긴 글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다음과 같은 상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제한 시간 안에 멋진 조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보자.
글감을 수집하는 작업은 일단 나무를 깎아 작은 블록들을 만드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아직 무엇을 만들지 명확히 정하진 않았지만, 일단 막대기 모양, 정육면체 모양, 직육면체 모양, 구멍난 조각 등, 다양한 형태의 조각들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많은 다양한 조각들이 모이면 그제서야 이 조각들로 어떤 작품을 만들지 고민한다. 3
이러한 조각들을 다양하게 조합함으로써, 이를테면 자유의 여신상 같은 작품을 비슷하게나마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방법이 -제한된 시간 내에- 긴 글을 쓰는데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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