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행복의 원인인가? 불행의 원인인가? 일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만 아니라면 상당히 재미없는 일이라도 하는 것이 빈둥거리는 것보다는 덜 괴롭다. 일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하루 종일 무엇을 할까 신경 쓸 필요 없이 하루의 대부분을 메워준다는 점이다. 남다른 독창성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 하루 중 어느 시간에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지시받는다는 점은 상당히 기분좋은 일이다. 물론 그 일이 굉장히 불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또한 일이 있기 때문에 다가오는 휴일을 더 달콤하게 느낄 수 있다.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자유 시간에 더 많은 열정을 가진다. ex) 부자의 경우 권태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세계일주를 하거나 아프리카로 가는 등 하지만, 신나는 일들은 끝없이 많지가 않다. 그래서 젊음이 시든 후에는 사정이 딱해진다. 영리한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처럼 열심히 일한다.

둘째로 성공을 이룰 기회와 희망을 달성할 기회가 열려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수입을 늘리고 싶다는 욕망, 수입이 가져다주는 안락함을 누리고 싶다는 욕망, 이름을 떨치고 싶다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행복을 위해서는 이러한 욕망이 지속되어야 하는데 이는 일을 통해서만 지속될 수 있다. 이 점에서 가사에 전념하는 여성 or 남성들은 불행한 사람들이다. 임금을 받지도 못하고 자신을 향상시키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집과 정원을 꾸미면서 이웃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도 일부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살림하는 사람들은 만족감을 얻기 쉽지 않다.

일의 종류는 가벼운 재미를 느끼는 일부터 모든 열정을 바칠 만큼 재미있는 일까지 다양할 것이다. 일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기술의 발휘이고 다른 하나는 건설이다.

1. 기술의 발휘: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기술을 발휘하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 만약 그 기술이 평범한 것으로 인식되거나, 더 이상 향상시킬 수 없는 것이라면 실망하여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다행스럽게도 중년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기술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가령, 정치의 경우 60대 혹은 70대에 전성기를 맞는다. 성공한 70대의 정치가들은 같은 연배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할 것이다.

2. 건설: 즐거움을 주는 두 번째 요소는 건설이다. 일을 끝내고 나면 기념비적인 것이 세워지는 경우를 말한다. 건설적 업무를 통한 만족감은 우리가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만족감일 것이다. 다만,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이 이런 고차원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ex) 이러한 만족감의 예로는 관개 사업을 통해 황무지를 비옥한 땅으로 만든 사람, 혼란한 사회를 잡아 질서를 세우는 정치가를 들 수 있다.

건설을 통해 구체적인 만족감을 누리는 사람에는 예술가와 과학자를 들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인간들이 호흡을 멈추지 않는 한, 시력을 잃지 않는 한, 이 시[셰익스피어 본인의 시]는 영원히 살아있으리라라고 만족감을 얻기도 했다. 위대한 예술가와 과학자들은 일을 하면서 권위있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그 일을 통해서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힘을 얻는다. 물론 위대한 일에 종사한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을 누린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위대한 일이 그 사람의 불행을 덜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현대 지식인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보통 지식인들은 속물스러운 경영자가 운영하는 회사에 고용되어 있어, 독자적으로 재능을 발휘하기 힘든 환경에 있다. 속물스러운 경영자는 해롭고 시시하기 짝이없는 것들을 만들어내라고 강요한다. 이런 식의 일은 결코 참된 만족감을 줄 수 없다. 만약 보수가 더 많다는 이유로 가치가 없는 일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소수의 사람만 건설적인 일을 하면서 만족을 얻는 특권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 맡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사람, 자기가 맡은일에 자부심(쓸모가 있으며, 상당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만족을 느낄 수 있다. ex) 자녀를 훌륭하게 키운 부모라면 이렇게 소중한 존재가 자신 덕분에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인생에 목적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생은 일정한 방향성도 없고 통일성도 없는 고립된 사건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전자의 사람들이 후자의 사람들보다 행복에 더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자 사람들은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서서히 구축해나가지만, 뒤의 사람들은 어떤 안식처도 찾지 못하고 환경의 거센 풍파에 이리저리 떠밀려 다닐 뿐이다. 인생에 목적을 가지고 바라보는 태도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다. 그리고 이는 대개 일을 통해서 구현된다.

 
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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