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詩)

 

윤동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學費) 봉투(封套)를 받아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굉장히 우울할 때가 많다. 내가 이뤄야 할것이 많기에 해야할 것이 놓여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침전하는 느낌이다. 누구도 내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없다. 오로지 내가 헤쳐나가야 할 일이기 때문에 더 힘들고 외로운 것같다.

그때 생각난 것이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여진 시" 였다. 처음 이 시를 본 것은 예비 고등학생때 학원에서 였다. 해설을 외우다 시피 외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현실에서 자신은 그 남의 나라에서 강의를 듣고, 시나 쓰고 있자니 무척 괴롭고, 부끄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은 조국의 상황에서 마음을 다잡는다. 언젠가 어둠이 걷히길 확신하고 있으며, 신념을 붙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나는 내 개인적인 일때문에 걱정하는 것이고, 윤동주 시인은 조국을 걱정한다는 것에서 스케일의 차이가 보인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 12월 30일 생이고, 25살인 1942년 일본 릿쿄대학과 도시샤 대학 영문과를 다녔다. 그리고 그의 시에 보였던 반일감정으로 인해 1943년 귀국도중에 일본경찰에 연행되어서 2년형을 받고 수감되었다. 그리고 1945년 2월에 건강이 악화되어 광복을 6개월 압두고 병사하였다.

나 정원호는 1988년생이고 2013년 26살 현재. 신념을 보이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다. 그리고 현재 모습과 마음속에서 진짜 하고싶은 것을 못찾고 방황하는 자신속에서 화해를 하지 못했다.

 윤동주 시인의 삶과 이 시를 보면서 여기서 나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해 봐야겠다.

 

쉽게 쓰여진 시의 자세한 해설.

http://www.seelotus.com/gojeon/hyeon-dae/si/sijagpum/jagpum/a/yundongju-shibge.htm

 

 

2010년 12월 30일, 구글에서 그의 탄생 93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한 로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형상화한 모습이다

 

 

윤동주 시인

 

신문에 실린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여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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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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