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강이 되어서 갑자기 생겨버린 시간동안 산책을 하다보니
떠오르는 생각.
역시 내 블로깅의 추진력은 산책이다.
오늘의 산책화두는 만우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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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때 후임들에게 장난을 많이치곤했는데
그 중 하나가 장난전화이다.
장난전화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맞아야한다.
1. 간부가 자리를 비운상태이다.
2. 그다지 바쁘지 않은 하루여야한다.
3. 짬이 어느정도(적어도 병장 3호봉)은 되어야한다.
(일병이 장난전화를 칠순 없으니.)
4. 생활관 근무를 화지대 후임이 서야한다.
이 정도가 장난전화의 필요조건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군대스킬 중 상당히 고레벨의 스킬인 것을 확인 할 수있다.
내가 한 장난전화 중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소개해볼까 한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던 어느날이었다.
너무도 너무도 심심해서
전화기를 들었다.
그 순간 내 머리속에서 이미 시나리오는 다 정해져있었다.
제갈량도 울고갈 지력.
나의 타겟은 오늘 생활관 당직근무인 이영석 상병이었다.
블로그 링크의 ''이영석의 블로그'의 그 이영석인가?'라고 생각된다면 그러하다.
바로 그 사람이다.
내 일거수 일투족에
화지대 후임 10명이
관심을 쏟고 있다.
그래. 거사를 앞두고 긴장하면 안되지.
전화를 건다.
...signal...
석 : 감사합니다. 수호생활관 당직병입니다~
원 : 어 그래. 나 보급대 이중사야.
석 : 필승!
원 : 고생많아.
오늘 내가 각 생활관 당직근무병들을 대상으로 속옷치수 표본을 측정하려고해
(일반 사병 팬티사이즈를 왜 조사한단 말인가?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석 : 예 알겠습니다!
원 : 그래. 당직병! 메리아스 사이즈가 어떻게되지?
석 :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석 : 100M입니다!
원 : 흐음... 좋아. 그럼 이제 팬티사이즈를 조사해야 하는데. 혹시 사이즈가 어떻게 되지?
석 :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후루룩 (벨트푸는 소리가 난다.)
.......
석 : 상병 이영석입니다. 사이즈는 95입니다!
원 : 오... 사이즈가 꽤 크군. 표본중 제일이야. 그래 고마워 수고해~
석 : 예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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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수고했어! 성공이야!
-------일과 후 생활관에서-------
木(이영석 상병 맞후임) : 이영석 상병님! 팬티 사이즈 95입니까? ㅋㅋㅋㅋ
석 : 어어어... 어떻게?
원 : yo~~! 영석아! 오늘 팬티사이즈 조사했다며? ㅋㅋㅋ
석 : 어. 정원호 병장님 필승! 근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원 : 아...나 보급대 이중사랑 베프임!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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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여러 장난전화들 이후.
나는 당직을 서게 되었다.
전화가 온다.
따르릉.
원 : 감사합니다. 수호생활관 당직병 정원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 어 그래. 나 무장대 김중사야.
원 : ...필승!.....
? : 어 그래 고생많아. blah blah~
원 : ...흠 잠깐 너 요한이지?
? : 아닙니다.
원 : 무슨 간부가 병한테 존대말을 해.ㅋㅋㅋㅋ
뚜. 뚜. 뚜.
아... 다들 연합해서 장난전화 하려고 준비많이 했을텐데 아쉽군
하지만
장난전화의 잔뼈가 굵은 나를 함부로 속일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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