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에게 거리낌없이 행동하는 것이 과연 예의일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1.01.07 아내가 결혼했다


자세한 리뷰 영상은 여기: https://youtu.be/9djyxLq-C-c

영화 "아내가 돌아왔다"에서 인아(손예진)는 굉장히 매력있는 여자이다. 그러나 인아는 자유분방한 여자이다. 한 남자에게 얽매이면서 살고싶지 않아하며(인아 曰 "어떻게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고 싶어하는 자유 연애주의자이다. 

이에 덕훈(故 김주혁)은 그녀의 자유연애 성향이 억제될까 싶어 인아에게 결혼을 제안한다. 

결국 결혼에 성공했지만, 인아는 결혼 생활 중에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인아는 덕훈에게 그 남자와"도" 결혼하고 싶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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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배우자가 연애인 아이돌의 엄청난 팬이라는 사연을 읽은적이 있다. 

동경하는 대상에 대한 감정은 동경심, 설렘(연애 감정), 모성애, 그와 만나는 상상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이라 한다[각주:1]. 이러한 감정은 넓은 의미에서 사랑으로 봐도 좋을 것같다. 학창시절 잘생긴 언니/오빠를 멀리서 바라보면서 동경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짝사랑과 비슷한 감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글쓴이가 "아내가 결혼했다"의 덕훈과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자는 글쓴이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인물도 사랑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댓글을 보니 몇몇 사람들은 팬 활동은 단순히 "취향" 혹은 "취미"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다. 

사실, 나는 이러한 활동을 단순 취미로 간주할 수 있을지 조금은 의심스럽다.

물론 팬 활동은 취미적인 요소를 일정 부분 가지고 있다. 1. 좋아서 즐기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2.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각주:2] 업무와 달리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아니다(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린다). 기타 등등...

하지만 일반적인 취미(바둑, 음악감상, 피아노 연주, 등산, 산책, 낚시 등)와 일견 다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팬활동은 사랑이란 감정[각주:3]을 주고 받는 행위이기 때문이다[각주:4]. 팬은 가수의 행동, 언어가 담긴 영상, 사진 등을 통해 반하고[각주:5], 흠모하는(좋아하는) 우상(idol)에 대해 사랑을 표현한다. 한편 사랑을 표현하는 영상, 상상, 창작 소설을 읽으면서 -가상적이지만- 사랑받는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 점에서 -배우자 간 관계에 있어- 팬 활동을 단순 취미와 동등한 것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각주:6]

결혼 제도는 일부일처제로서 사랑을 독점하는 방식[각주:7]이다.  이 점에서 사랑을 주고/받는 팬 활동은 현 결혼 제도와 충돌의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결혼이란 제도에 동의했고 이 제도에 속하게 된 이상[각주:8], 두 배우자는 서로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각주:9]. 팬 활동에 대해서 일반 취미 혹은 취향이란 이유로 상대 배우자에게 무작정 통보[각주:10]해서는 안될 것같다. 배우자에 대한 존중과, 논의/설득을 거치는 것이 건전한 결혼생활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1. https://namu.wiki/w/%EC%9C%A0%EC%82%AC%EC%97%B0%EC%95%A0 [본문으로]
  2. 돈을 벌려면 오차없이 완벽하게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3. 나는 우상을 사랑하는 것과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다르다는 견해에 회의적이다. 만약 배우자가 우상 같은 외모, 노래, 몸매를 가졌다면, 우상에 대한 사랑을 충족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해, 배우자가 외모, 성격, 몸매 등을 갖췄다면 충분히 우상에 대한 사랑은 필요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점에서 두 사랑은 다른 종류의 것이 아니다. [본문으로]
  4. 혹자는 우상(idol)에게 주는 사랑과 배우자에게 주는 사랑이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항변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연인에 대한 사랑과 짝사랑(가령, 학교 오빠같이 흠모하는 누군가)이 정말 다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 [본문으로]
  5.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하트가 생기는 그런 종류의 꽂힘이다. 축구에 꽂혔어, 사격에 꽂혔어, 록음악에 꽂혔어 같은 종류 와는 조금은 다른 것 같다. [본문으로]
  6. 두 취미는 동등한 종류의 것이 아닌 것 같다. 우상은 보통 성적으로 매력있는 대상이다. 우상에 대한 특성(몸매, 목소리, 외모)는 배우자(몸매, 목소리, 외모)와 충분히 대응/비교가능하다. 반면, 바둑, 피아노, 낚시의 특성은 경우 배우자의 특성과 대응이 안되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7. 이로 인해 여러 갈등 요소도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오래동안 금슬을 유지한 부부가 존중받는 것도 그러한 이유아닐까 한다. [본문으로]
  8. 결혼 제도가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는 논외로 한다. [본문으로]
  9.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한 정신적, 신체적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본문으로]
  10. 결혼 제도에 속해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자 합의/동의없이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은 무책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이성에게 한 눈을 파는 행위(사랑을 주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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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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