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려자가 용기있는 사람이기를 원한다.
여기서 '용기있는 사람'은 바퀴벌레를 잘 때려잡고,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문제점 혹은 차이를 발견했을 때 자신의 신념을 과감하게 보류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결혼을 한다면 끊임없이 생각의 차이에 의한 대립(성격, 종교, 정치성향, 식성, 육아 태도 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긴 시간동안 살아 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서로간의 다름을 어떻게 해소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가령, 긍정에너지를 전적으로 믿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1
나는 그 사람에게 "긍정에너지는 정말 삶을 살아가는데 유익한 것 같아요. 그런데, 때로는 회의적, 부정적 생각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 운동에 젬병이라 피나는 노력을 들여도 우사인 볼트, 박지성이 될 수 없는 것 같거든요. 때로는 노력으로 안되는 분야를 빨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간 자칫 필요없는 부분에 너무도 많은 힘과 시간을 쏟게 되니까요. 언제나 긍정적인 태도는 때로는 제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할 것 같아요."
라고 의문을 던진다고 해보자.
만약 이를 부정적인 소리는 하등 도움이 안되는 소리라며 무시하거나 혹은 '알았다'라고 하지만 변하지 않는다면, 나는 매우 좌절할 것이다.
반면, 나의 말을 듣고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준다면 이보다 더 기쁜일은 없을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쌓아온 생각을 뒤집는 것은 살아온 세월/쌓아온 경험을 부정하는 것이라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자신의 가치관을 보류한 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에게 나는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항상 함께 하고 싶다는 확신을 얻는다. 2
만약 어떤 생각도 바꾸지 않는 사람과 살게 된다면 정말 불행할 것 같다.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다면, 앞으로 같이 생각해 볼 만한 흥미로운 생각이 나온다해도, 이야기를 거부하게 될 것이다.
나의 생각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반려자에게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주저할는지 모른다.
그리고 차츰 의견 대립을 피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매사 순응하거나, 어쩌면 대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자 따로 활동할는지 모르겠다. 그러한 결혼생활은 하고 싶지 않다.
자신의 신념을 엎을 용기가 있는 사람과 살게된다면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의 생각(A)을 버리고, 다시 새로운 생각을 들이고(B), 이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을 안다면 또 다시 새로운 생각을 들여오는 것이다(C)
생각이 만들어지고, 허물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와 반려자가 궁극적으로는 성숙한 사람으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3
가령, 내가 여유있는 성격이고, 반려자는 계획적인 성격이라면 서로 자신의 습관/생각을 고쳐나가면서[장점을 본받으면서] 조금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서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더이상 성장이 멈춘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반대되는 근거가 나와도 이를 무시한다면, 결국 서로가 발전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없는 것이다. 4 5
젊을때 형성된 비성숙한 생각이 죽을때까지 유지되는 것이다.
물론 제일 우선되어야 할 것은 내가 먼저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나도 살아오면서 편협한 사고, 가치관을 분명히 가졌을는지 모른다. 혼자있을 땐 몰랐던 편협성이 반려자를 통해 분명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내가 쌓아올린 신념(종교관, 정치관, 성격)을 고칠 각오가 되어있다. 아직 부족하지만 용기있는 사람이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참고:
신념의 성
https://ideaspace.tistory.com/1173
파이어아벤트 주의자
- 인터넷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김긍정, 이긍정, 박긍정, 최긍정 등 [본문으로]
- 생각해보면 나는 교우 관계에 있어서 이를 매우 중요시하는 것 같다. 친구/동료가 그러한 모습을 모이지 않을때 굉장히 많이 실망하곤했었다. [본문으로]
- 이는 포퍼의 반증주의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포퍼에 따르면 과학의 진보를 위해서 과학자들은 이론에 대한 반례를 찾고자 노력해야 하며, 이론이 반증되면 그 반례를 해결하는 새로운 이론을 창안해야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설명할 수 있는 관찰 사실들은 점점 증가하게 된다. 즉, 과학은 진보한다. [본문으로]
- "내 상황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너가 나에 대해 뭘안다고 그러냐?", "너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무슨 충고냐?" 등 [본문으로]
- 토마스 쿤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쿤에 따르면 과학은 기존 이론 체계와 반대되는 관찰이 나오면 결국 이론을 포기한다. 이것이 과학의 성공 비결이다. 하지만, 점성술과 같은 비과학의 경우 반대되는 골치아픈 문제가 생겨도 이를 해결하려는 열정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점성술이 과학이 아닌 이유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