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 도래할 때가 있다.
경험이 쌓이는 것은 당연하기에, 나중에는 대단치 않은 일이 되어있겠지만
(훈련소를 다시 입소하게 된다면, 확실히 덜 힘들것 같다)
일단 처음 겪는 당사자에게는 무척 곤혹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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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때였다.
물론 박자연과도 친했지만 (참고: 서울 공진초등학교에 관한 글)
이지훈과도 친했다.
내가 검도장에 다닌다는 것을 알고, 검도장에 등록을 했을 정도로 친했다.
어느날 검도학원이 끝나고 같이 오는데, 이지훈이 새로운 놀이를 제안했다.
장난감 활. 끝에 빨판이 있어 잘 붙는다.
장난감 활쏘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동의하여 문방구에서 500원 짜리 개량 활을 샀다.
우리는 서로 즐겁게 활쏘기를 했다.
나는 기분이 좋았는지 하늘위로 화살을 쏘고 줍고 다시 쏘는 짓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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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활을 쏘다가 집근처 약국 간판에 빨판이 의도치 않게 붙어버린 것이다.
약국집 이름은 한솔약국 이었는데
'솔'과 '약'사이에 빨판이 붙었다.
약국 주인은 안에 있었다.
나는 이지훈과 이 사실을 주인에게 말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두려운 마음에 도망을 가고 말았다.
우울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갔다.
8년의 세월을 살면서 중 이렇게 우울했던 적이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께 얘기를 했다.
어머니는 내일 약국에 가보자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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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반측하다 아침이 왔다.
용기를 내어 약국에 가봤다.
실눈을 뜨고 간판을 봤는데 놀랍게도 활은 없었다.
기적에 감사했다.
활이 왜 떨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당시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나는 하느님께 깊이 감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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