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똑같은 칫솔을 쓴다.
보다시피 각 칫솔들 색깔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칫솔을 어느정도 구분할 수 있긴 하다.
그렇지만 다소 헷갈릴 소지가 있기에, 남의 칫솔을 쓰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름을 써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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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을 구입한 어느날 이었다.
이빨을 닦으려 보니, 누군가가 칫솔에 '나'라고 적어놓았다.
참신한 구분이었다.
''나'는 누구일까?'
누가 보면 철학적인 질문인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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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문결과 범인은 엄마였다.
왜 '나'라고 적었어요?
'나'는 나니까
어? '나'도 나인데?
아니지. 너는 '너'지.
궤변같은 대화들이 오고갔다.
생각해보니 엄마의 구분을 수용하는게 맞을 것 같았다.
나는 칫솔에 '너'라고 적었다.
그래서 나는 '너' 칫솔로 이빨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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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가족 공동체에서 엄마가 중심이었던 적은 극히 적었다.
엄마는 그동안 '김혜숙'보다 '원호엄마'로 살아왔다. (생각해보니 아빠도 엄마를 '원호엄마'라고 부른다')
긴 세월동안 엄마로 살아오면서 많은 자원들(시간, 돈)을 자신보다 아이들에게 써야했다.
엄마의 그러한 희생에 나는 어떻게 보답해드릴 수 있을까?
물론 새발의 피겠지만,
사소한 칫솔부터라도 엄마 중심으로 해드려야한다.
그것이 그동안의 엄마의 희생에 대해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시작이 아닐까한다.
일단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니까.
내가 '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꽤 어색했지만
이빨을 닦다보니 자연스럽게 적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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