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게임을 했다.
총 아홉명에 시민 7명 마피아 2명이었다.
마피아 게임을 할때면 나는 적극적으로 판을 이끌어가기보다는 단서를 수집하기 위해 말없이 관찰하는 편이다.
총 5명에 시민 3명 마피아 2명이 남았다.
나는 시민이었는데, 말없이 있다보니 죽지 않고 얼떨결에 살아남게 되었다.
이번 차례에 마피아를 잡지 못하면 마피아가 과반수 이상이 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여러 근거로 봤을 때 어떤 한 명이 마피아일 것이라 생각했고 사람들에게 이를 설득시키고자 했다.
"지금껏 여러 정보를 종합해본 결과 저는 OO님을 마피아라고 생각했습니다. OO님은 시민인 ㅁㅁ님과 aa님을 지목하여 죽였고, ~~~~~....."
나는 내 나름대로 정보를 종합했고, 최선의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OO님의 최후의 변론을 하였다.
"저는 시민입니다. 마피아가 아니에요. 저를 죽여서는 안돼요. 저는 시민입니다..."
변론에서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만약 나였다면, "당신이 말한 첫 번째 근거는 이래서 틀렸고, 두번째 근거도 ~~해서 틀렸고...."
식으로 적극적으로 반박했을 것이다. 단지 이 사람은 구체적인 해명없이 자신이 시민이라고 반복할 뿐이었다
나는 좀 더 단서를 얻기 위해 그 사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자 했다.
만약 거짓말이라면 눈빛이 흔들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나는 이 사람과 눈을 마주보게 되었는데, 그런데 매우 놀랍게도 이 사람은 나에게 눈으로 무언가 말을하고 있는것 같았다. 어떤 과정으로 내가 왜 그렇게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최후의 변론이 끝나고 사형 여부를 결정했다.
고심끝에 나는 내 추론이 틀릴 수도 있겠다고 결론내렸고, 논리로 쌓아올린 탑들을 무너뜨리고 그 사람을 살리기로 했다. 1
2:2로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다.
사형을 찬성한 2명이 마피아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에 근거하여, 한 명을 지목했고, 마피아를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그날 밤, 나는 제거가 되었지만 시민들은 성공적으로 마피아를 색출할 수 있었다. 2
-------------------------------------
과학의 경우 법칙이 있어 어떤 현상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령 물체에 손을 놓으면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을, 노란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녹색이 됨을 예측할 수 있다.
예외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 같다.
가령, 때때로 사람은 실제론 좋으면서도 반대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같은 상황이더라도 느끼는 감정이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화를 내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기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슬퍼하기도 한다.
따라서 "A란 상황에서 나는 기뻐하기 때문에, 이 사람은 분명 기뻐할 거야."라는 판단이 과학에서 처럼 항상 성립될 것 같지는 않다.
진심을 파악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쌓아올린 자료에 근거하여 이를 파악하는 방법도 많은 상황에서 유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의 눈빛이나 작은 몸짓이 진심을 파악하는 좋은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