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그렇고 그런이야기 2021. 8. 16. 01:43

아기들은 기본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주변을 보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배가 부르고, 졸리지도 않고, 주변에 보호자가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 등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주변 물체를 만지거나, 입에 넣어보거나 하는 식으로 세상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나는 아기들이 물건을 만지고 느껴보는 것은 일종의 공부라고 생각한다. '이건 색깔이 이렇구나', '감촉은 이렇구나', '맛은 이렇구나', '이런 소리가 나는 구나' 등을 느끼며 물체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한다. [각주:1]

-----------

마찬가지로 공부를 한다는 것[각주:2]도 많은 기본 조건들이 수립되어야 이룰 수 있는 고차원 활동이 아닐까 한다.

건강, 정서적 안정, 생계에 대한 고민도 없어야 하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가족, 친구)들이 행복해야[각주:3] 하는 등 의식주를 포함한 여러 가지 기반이 뒷받침 되어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작업인 것 같다.[각주:4]

내가 안심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내가 무대 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수많은 지지대들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으며, 대학원 입학 당시 가졌던 꿈을 비슷하게나마 유지하고 있다. 이는 내 지지대들이 오랜 시간 지금까지도 잘 버텨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지대들이 지금도 지탱하고 있는 이유는 순탄한 주변 사람들, 환경 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변 환경이 변했다면, 나도 예외없이 꿈을 포기하고 다른 일에 종사했을 것이 분명하다.

생각해보니 이맘 때에 대학원에 입학했었다. 그때를 돌아보며 현재 내 주변 사람들, 주변 환경에 대해 잠시 동안이라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 관련하여 "어떻게 하면 똑똑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무엇보다도 아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 아이와의 애착(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심이 된다면 마음놓고 세상에 대해 지식을 쌓아갈 수 있다. 비싼 교재교구가 없어도, 주변에 있는 막대기, 빨래 집게, 부채 등은 아기에게 훌륭한 교재교구가 될 수 있다. 반면 보호자와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아이는 매번 불안해하고 애정을 확인하려 할 것이다. 이로 인해 아기는 제대로 세상을 탐구할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광고에 나오는 수백만원짜리 교재교구를 사준다해도 아기와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아기에게는 무의미할 것이다. [본문으로]
  2. 이때 '공부'는 특히 대학원 공부(연구)에 해당할 것 같다. 고시 같은 단기 시험의 경우 설령 몇 가지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힘든 상황이라 해도 -미래가 보장된다면- 배수진을 쳐서라도 완수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반면 연구는 장기간 과업이므로 몇몇 기본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절대 진행해서도 안 된다!" [본문으로]
  3. 가령 육아 문제로 본인과 가족 모두가 지친 경우 학업을 지속하긴 문제가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4. 만약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생계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돈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그렇고 그런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원의 추억  (0) 2021.09.28
친구와 카톡  (0) 2021.08.22
우리집 일침러  (0) 2021.08.13
사진을 보다가  (0) 2021.08.08
내 방의 역사  (0) 2021.07.27
Posted by 정원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