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에

 

동아리 선배님께 문자가왔다.

 

86학번이니 거의 아버지뻘되시는 분이시다.

 

"원호야.

이번에 우리가 행사를 준비하니 꼭 참석하길 바래"

 

 

 

---------------------회상----------------------------

 

1~2학년 때 거의 아웃사이더 생활을 하였다.

 

대학교 동기들과 많은 전화번호를 주고받았지만

과연 내가 그들에게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시간표를 될수있으면 오전으로만 끝낼 수 있게 짜고

오후 1시에서 2시면 끝나는 초딩같은 시간표를 짜면서 다녔다.

그리고 집에 오면 게임...

 

대학2학년때 4월이었나

공대 사물함 구석에서 가톨릭학생회라는 작은 종이를 보았다.

 

보통은 종이를 뜯어가는데 이경우

너무 구석에 있어서 청소부아주머니가 수거를 안한 것같았다.

 

고민고민하다가

종이를 가지고 갔다.

 

그리고 한달이 더 지난 5월 중순이 되어서야

동아리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수업중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나를 보러 와주었다.

이번년도 처음 온 사람이라더나 뭐라나

부회장님은 1주일간 기도끝에 왔다며 너무도 기뻐하셨다.

선배들 모두

나에게 너무도 잘해주었고, 조심스럽게 대해주었다.

 

그 인연이 있고부터

동아리의 연락세례는 시작되었는데

사준다 부르면 언제든지 나갔다.(별명이 짜장면이었다.)

수업시간 중에도 화장실가는척 튀어나가고

도서관, pc방 등등

그리고 술.

 

2학기때는 학원알바를 하느라 동아리 주모임에 참석은 못했지만

3월 9일 군대를 가기전에도 끝까지 함께해준 사람들은

동아리 사람들이었다.

 

--------------------------전역 후---------------------------

 

2012년 복학

군대에서 휴가나올때마다 소식은 간간히 들었다.

'아직도 너가 막내다. 인원이 없다 등'

뭔가 예전만큼 풍족하진 않구나란 느낌은 들었다.

 

별 생각없이 선배님들에게 받은 것만큼 후배들에게 주고자

동아리 회원이 되고자 했다.

개학 시작 직전. 회식을 하자고 했다.

회장 형이 놀부부대찌개로 불렀다. 하지만 그에 비해 너무도 적은 참석자...

내심 뭔가 불안했다.

잘 먹고있는 도중 회장님의 폭탄 선언

 

회장은 원호가 하자.

 

뭔소린가 싶었다.

난 신은 없다고 믿는 사람인데....

통보였다. 예상치못한 놀부부대찌개에서의 봉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동아리 인원목록을봤다.

6명이었는데, 한명은 과외가 있어서 참석못한다고 한다.

5명이다. 06학번 형과 07학번인 나 그리고 09학번인데 삼수해서 나랑 동갑인 친구와, 08학번인데 삼수한 형

남자 4명. 여자는 09학번 한명.(이친구도 바쁜 친구이다.)

내가 07인데 남자 막내라니. 왓더

선배님들의 말이 사실이었어.

 

-------------------------불교학교----------------------------------

 

나름 열심히 해서 사람을 모으면 되지 않느냐.

현실은 쉽지 않았다.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오직예수' 사건

 

2000년경 일어난 전설아닌 레전드 이야기

 

우리학교 중앙에는 학교에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아주 큰 불자상이 있는데

거기에 누군가가 빨간색 락카로 십자가를 긋고 오직예수라고 쓴 사건이다.

 

학교는 이 일에 굉장한 분노를 했고

천주교와 기독교 동아리를 동방에서 내쫓고

대관도 허용되지 않고

유인물을 붙이면 바로떼는등 어느정도의 탄압이 있었고 현재에도 존재하는 것같다.

 

--------------------------------

 

전회장님을 비롯한 선배들이 회장일을 시작하려는

나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이런 배경이 있는것을 알고있으니 홍보활동을 너무 활발히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예의주시 하고있으며

그동안 우리가 뿌린 포스터와 홍보물을 모아두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동아리 싸이클럽에 학교사람이 (즉, 교직원? 스파이?가...)들어온적도 있단다.

 

전전회장 누나의 경우

동국대학교에는 왜 종교의 자유가 없냐고

학교에 정식으로 따졌다가 블랙리스트에 올라야했다.

 

동아리도 중요하지만

너도 중요하니 학교와 각을 세우지말라는 말을 선배들로부터 누차 들었다.

우리 동아리는 게릴라단체처럼 활동해야했다.

 

당연히 동아리방도 없었다.

그래서 매주 강의실을 대관을 해야했는데

대관은 이렇게 해야 별 탈이 없다.

 

토익스터디 750점을 위한 스터디

 

16:00~16:20 출석체크 및 단어시험

16:20~17:10 L/C

17:10~18:00 R/C

 

뭐 대관하려 거짓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장 가혹했던 것은 

동아리 방하나 제대로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 동아리 구성원들이 개인적인 성향이 컸다면 그 이유는

매주 모임을 제외하곤

정작 필요한 다른때에는 힘이 못되어줬던 것이 너무나 컸던것같다.

 

---------------------------------고종------------------------------------

 

그래도 나름 동아리를 부흥하고자 노력을 많이했다.

사람을 4~5명정도 더 모았다.

09학번 2명과 10학번 1명, 취업준비생, 12학번여성<-근데 이분 남자친구 생기고 바로 나가심.. 간보러 오신건가?

 

덕분에 뭐 이득이었던 점도 있던 것같다.

 

이득 1. 나는 낯가림이 굉장히 심해서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었다.

사람을 새로 만날때마다 말을 해나감으로써 어느정도 훈련을 할 수있는 기회를 얻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보통은 내가 회장이니까 내가 리드를 해야하는게 분명한데

하도 말주변이 없어서

보통 동아리가입을 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리드했던....기억이 난다.

 

이득 2. 기도 스킬이 늘었다. 회장이라 내가 시작기도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이득은 뭐 이정도..

 

회장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라면,

 

무신론 영상을 보여주고 어떻게 생각하는가 토론을 한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구성원들이 참으로 대인배였단 생각이 든다.

뭘 얻겠다고 분열을 조장하는 그런 짓을 했는지....

 

여하튼

매주 모임을 하면 4명 이상은 기본으로 왔다.

 

나름 불길을 당기려고 노력을 했던 것같다.

 

---------------------------순종-----------------------------------

 

회장선거를 했다.

09학번인 마태오가 회장이되었다.

 

-2012년을 잘 이끌었다.-

 

마태오는 정말 최선을다했다.

 

마지막이 기억난다.

 

아마 내가 대학원을 떨어지고 준비를 하던 2013년 3월정도일때였다.

 

"형...맡길 사람이 없네요."

...

"더 이상 힘들것 같아요."

"그래 할 수 없지."

 

동아리의 없어짐을 알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5명이 모였다.

 

마태오: ~~해서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네요.

A: 고종과 순종인건가...

 

동아리 40년역사가. 이렇게 끝나다니

 

------------------------------창립제--------------------------------------

 

우리는 5월 20일 정도에 1년에 한번 동아리 창립제를 한다.

선배님들을 모셔놓고

우리가 잔치를 하는 것이다.

 

내가 회장이었을때는

홍대에서 했었는데

스무명의 선배들이 오셨다.

우리 동아리가 정말 얼마나 오래되었고, 단합력이 나름 끈끈했구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당연히 동아리는 없어졌으므로 작년부터 창립제는 실시하지 않을 것이다.

 

선배님들에게 죄송하기도 해서

항상 네이버밴드라던가 무언가 가입이나 행사에 참여하라는 권유가 올때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처음으로---------------------

 

동아리 선배님의 문자를 봤다.

 

86학번이니 거의 아버지뻘되시는 분이시다.

 

"원호야.

이번에 우리가 창립제 행사를 준비하니 꼭 참석하길 바래"

 

창립제도 본인들이 준비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무척 죄송함과 반대로 감사함이 느껴진다.

 

내일이다.

고민끝에 가는게 맞지 않나란 생각을 한다.

 

선배님께 얼굴뵙고 정식으로 인사를(사과를) 드리는게

동아리역사를 끊은 죄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리가 아닐까 한다.

 

===-=-=

참고 기사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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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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