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

추억팔이/군대 2016. 6. 14. 00:40

잠시 쉬고있다.


생각해보니

내가 안하는 것? 못하는 것? 들중 하나는 정리정돈인것같다.


지금 연구실 책상을 훑어보고있다.

제3자의 눈으로 보니

"어떻게 이 꼴로 살수있지?"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


살면서 정리정돈을 가장 많이 강요받던 때가 군대때가 아닐까한다.


특히 훈련소때가 가장 심했다.


가장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각잡기였다.

가령 이런것들?



옷과 속옷, 침구류등을 모두 각을 잡아야했다.

어차피 입을 속옷이며, 어차피 밤에 잘텐데 이불이며,

왜 공들여 각을 잡는지 이해가 안갔다.


--

각을 잡는것에 대한 이유또한 명확치 않았다.

 

군인은 '각이 생명이다', '이곳에 왔으면 이곳 법에 따라야 한다'등 이 이유가 될 수 있을텐데

그 당시의 나는 수긍을 못했던 것같다.


아무리 봐도

각을 잡는 것이 전투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않았기 때문이다.

(각이 잘 잡혀있는 속옷이 전투력을 +3만큼 올려주는 아이템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다른 동기들과 달리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여

각을 만드는데 큰 시간을 쓰지않았다.[각주:1]

평가에 반영된다고 했지만, 그정도는 감수할만 했던 것같다.


---------------------------어느날 이었다-------------------------


훈련을 마치고 동기들과 생활관에 돌아왔다.


A, B, C 등: 야 이것봐! 누구 자리지?


마치 관물함이 폭파당한 것처럼 물건들이 밖으로 팽개쳐져 있었다.


독자들은 누구 자린지 짐작했을 것이다.


뭔가가 맘에 들지 않았던것 같다.


-------------------------그래도 무사히 퇴소[각주:2]----------------------------------



자대 후


자대에 왔다.

나의 정리정돈 패턴을 부대내 많은 사람들(선후임)이 알게되었다. 


다행히

선후임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창조정리------


병장때였나?

부대 검사가 있었다.


병사들이 용모는 단정한지 (용의검사 비슷하다)

관물함 정리정돈은 잘 되어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였다.


많은 병사들은 1시간전부터 치우고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Y: 정원호 병장님! 제일 심각한 분이 정리 안하고 뭐하십니까?

원: 아.. 이따해야지.

Y: 이제 30분남았습니다.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원: 아 난 괜찮아! 이따가 ㅋㅋㅋ


10만개의 화살을 만들어야 하지만

술만먹고 놀고있던 제갈량처럼

나도 뮤직뱅크를 보고 놀고있었다.


---검사 10분전----


원: 자 시작해볼까?


나는 분리수거 봉투(굉장히 큰 봉투)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관물함에서 서랍을 분리했다.

군대 관물함은 이렇게 생겼다.



그리고 분리한 서랍을 비닐에 탈탈털었다.


남주: what the...


그랬더니 서랍이 깔끔해졌다.


그리고 꽤 볼록해진 비닐봉투를 지하실에 꽁꽁 감추어놓았다.


원: 정리 끝~~~~~!

----------검열이 시작되었다----------


검열관은 김상사[각주:3]였다.


김: 원호! 관물함이 상당히 깔끔한데? 왠일이야

(이분도 나의 평소 정리정돈 습관을 알고있었다.)

원: 오늘 검열이라 신경을 썼습니다.

김: 오 좋아! 가점!


나는 가산점을 받았다.


-----

그리고 검열이 끝난 후


나는 지하실의 비닐봉투를 들고 와

비웠던 서랍에 다시 부었다.


--


어때요, 정리정돈 참 쉽죠?





  1. (두꺼운 각종이 없이) 각을 잡는데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가령, 내 옆자리 동기(박상현)은 굉장히 공을 들여(도자기처럼 안되면 다시 빚는 방식으로) 각을 기가막히게 잡은 뒤, 그것을 너무도 아까워해 각을 잡은채로 두고, 그 속옷을 훈련기간 내내 입지 않았다. [본문으로]
  2. 몇몇 사람들은 나의 훈련소 일화를 듣고, 혹시나 부적응자(관심병사)가 아닐까 걱정할런지도 모르겠다. 놀랍게도 나는 우수한 성적으로 훈련소를 마쳤다. [본문으로]
  3. 저번에 쓴 글 -'위험물 산업기사'-에 나오는 그 김상사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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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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