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훈련소시절
불침번을 선 적이있었다.
캄캄한 어둠속에 있다가
어느덧 교대시간이 다가오면
"언제 오는 것일까?"란 질문을 수 차례한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교대자가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던 것이다.
----
내 일을 교대해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만약 이 교대자가 없었다면
나는 기약없이 계속 불침번을 서야 했었을 것이다.
교대자 덕분에
나는 그 일에서 마침내 해방된 것이다.
----
그런데 군대란 곳은 참 이상하다.
먼저 왔다는 이유로 후임에게
심한 모욕을 주고, 청소, 잡일 등을 모두 떠넘기기 까지한다.
불침번의 예처럼
후임은 내 교대자이다.
내가 전역한 뒤에도
내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이다.
군대체계 내에서 만약 내가 맡은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면
(마치 시계톱니바퀴가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듯이)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하기에 하던 사람이 계속해야하고
그 몫은 내가 될 것이다.
--
어쩌면 내가 전역하고
1년에 고작 하루만 투자하면 되는 편한 예비군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기수가 몇기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7XX기수들이 수원 화생방지원대에서 내가 하던
제독차 운전 및 유지관리 일을 지금도
착실하게 하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
후임은 불침번의 교대자와 다를것이 없던것같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고작 먼저왔다는 이유만으로
-비록 후임에게 일을 가르쳐야하지만-
내 일을 대신해 줄 사람에게
엄한 군기를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군대때 한적이 있다.
--
요한이에게만 살짝 이야기했던 것같다.
요한이는 이 생각에 대해
군대 내에서는 말하지 말아야한다고 신신당부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