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이다.
이 글을 보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 친척들을 만나 차례를 지내고 송편을 먹었을 것이다.
이러한 행동들은 과거로부터 오랫동안 지켜 내려온 관습이다.
관습들 중에는 오늘날 미덕으로 평가되는 좋은 관습도 있고, 나쁜 관습도 있을 것이다.
산책을 했다.
관습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기어나왔다.
내가 겪었던/겪고있는 관습들을 자연스럽게 생각하였다.
군대때 였다.
나는 병장이었고, Y군과 N군은 나와 같은 생활관이었다.
Y군은 자신의 보급품을 잃어버린듯 했다.
Y: 아 보급품을 잃어버렸습니다.
원: 꼭 필요한 거야?
Y: 그렇습니다.
원: 별다른 방법이 없다면 막내의 보급품을 너가 갖는건 어떨까?
막내한테는 후임이 오면 그 후임것을 가지라고 하면 되지.
그 후임은 다시 새로운 후임것을 가지겠지. 이렇게 이어지는 거야 ㅋㅋㅋㅋ
N: 헉 진짜 악마가 나타났다.
Y: 이런 분이 마음을 잘못 먹으면 부대가 큰일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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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하는 것 같아 설득력은 떨어져 보이지만, 나는 후임들에게 괜찮은 선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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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던 부대에는 꽤 많은 악폐습이 있었다.
뭐 이런 걸 외우나 싶은 것도 많았고,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쓸데 없는 일들도 많았다.
악폐습을 처음 접한 이병 시절,
나는 동료들과 몇몇 관습들의 부조리함, 쓸모없음에 대해 함께 공감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급이 높아질 수록, 동료들은 점점 온건해져갔다.
몇몇은 '이것이 유지되온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러한 악폐습들을 없앤다면, 선/후임간 구분이 흐려지지 않겠는가'라는 의문도 던졌다.
그렇지만 물론 내 동료들은 정말 월등하게 훌륭한 동료들이다.
그동안 많은 선임들이 하지못했던 악폐습들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큰 용기를 갖고 결단을 내렸던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조금 더 과감하게 악폐습을 없애지 못한 것은 아쉽다.
아마 내가 전역한 뒤에도 없애지 못한 몇몇 악폐습들은 계속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신입병사들은 우리가 했던 고생들을 똑같이 겪어왔을 것이다.
어쩌면 이어질 미래에도 그 악습이 살아남아 고생이 계속될런지도 모르겠다.
악습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없애는데,
내가 좀 더 과감하게 도전하지 못한 것은
군생활에서 지금도 아쉬움에 남는 몇몇 일들 중에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