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의 옛말은 "괴다"라고 한다. "괴다"의 원뜻은 '생각하다'라는 뜻이다.
즉, 사랑한다는 것이란 곧 '누군가를 생각한다'라고 규정해봐도 좋을 것이다. 1
물론 이것이 사랑에 대한 완벽한 정의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 규정을 적용하면, 사랑하는 정도를 대략적으로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상사병에 걸린 사람은 하루 종일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사랑하는 정도가 너무 큰 나머지 병에 걸린 것이다. 한편, 무관심할수록(사랑하지 않을수록) 그 사람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물론 모든 경우를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를 사랑의 정도를 잘 설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이 기준은 나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내 친구들은 -내가 친구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나는 해야 할 많은 일에 압도되어 친구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던 때가 많았다. 하지만 친구들은 종종 나의 안부를 묻고, 신경써준다.
또한 내 어머니는 그동안 자식 중심의 삶을 살아오셨다. 어머니는 본인 자신보다 자식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 어머니는 본인 자신보다 자식들을 더 사랑한다.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우리는 주어진 시간 동안 하고싶은 일 -자기개발, 여가활동, 운동 등-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나를 생각하는 데 써준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3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일 수 있겠구나"란 생각에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 사람들이 준 사랑은 내가 힘든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게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어왔다. 이들에게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나로서는 너무도 감사할 뿐이다.
- https://ko.wikipedia.org/wiki/%EC%82%AC%EB%9E%91 [본문으로]
- "어떤 사람을 너무 증오해서, 그 사람을 생각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는 것"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제한을 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증오나 사랑이 어쩌면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을 볼때와 증오하는 사람을 봤을 때 뇌에서 같은 부분(피각, 섬엽 부분)이 활성화되었다. 몇몇 뇌과학자들은 사랑과 증오라는 감정이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이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본문으로]
- 나와 있던 일을 기억/추억하거나, 상상하는 등 [본문으로]
'그렇고 그런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인 정원호 (0) | 2021.06.01 |
---|---|
벚꽃 한 송이 (0) | 2021.04.18 |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 (0) | 2020.09.05 |
How come I study philosophy of science? (0) | 2020.08.08 |
긴 분량의 글쓰기 (0) | 2020.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