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조력자의 역할
남동생이 내일이면 캐나다를 간다.
뭐.. 학생비자를 끊었고
거기서 대학도 다닐계획이라니까
4~5년은 걸릴 것이다.
--------회상----------
학창시절
아버지는 나보고 공군사관학교에 갔으면 좋겠다고 때가 되면 말씀하시곤 했다.
자격증을 30개따고 온다나. 뭐라나
어렸을때는 잘 모르니까 알겠다고 했다.
수능을 봤다.
공사에 지원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였다.
나는 재수는 결코 안된다며 고집을 부렸고
결국 집가까운 동국대를 선택했다.
대학을 다녔다.
이제 아버지는 2학년이 되니
ROTC를 가라고 하셨다.
일단 알겠다고 했다.
원서를 넣었다.
테스트를 봤다. 아이큐테스트 비슷한 것을 한다.
합격이다.
건강검진을 받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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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다.
근데 내가 이걸 왜 해야하지?
누굴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겠지? 근데 왜 난 하기 싫지?
나를 위해서라면 대체 이게 무슨 도움이 되길래 하라고 하신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이게 정말 나를 위한 것인지?
아빠는 정말 나에대해 잘 알고계시기는 한걸까란 원망도 들었다.
신체검사가 있는날
뭔 바람이 들어가서인지
가지 않았다.
학군단에서 전화가 오는 것같았다. 안받았다.
그때가 아마 아버지한테 처음 반항한 날인것같다.
아버지한텐 알리지 않았다.
한달 뒤였나
아버지가 어떻게 알게된것같았다.
그 이후로 내게 진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별다른 말이 없으셨다.
언제 술을 드셨는데
이렇게 말하신것 같긴하다.
"ROTC안가서 후회는 없니?"
난 절대 후회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했다.
군대전역 후 복학하던 중 어느날
나는 과학철학을 하고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크게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돌아와서--------------------
언젠가
동생이 캐나다에 가겠다고 얘기한적이 있다.
앞으로의 어떤생활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외국만가서 노력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나는 수능을 다시 보는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너는 부족하다.
공부하고 성과를 얻으려면 당연히 힘든것에 부딪쳐야하는데,
어학원의 꾐에 넘어가 회피하는 것 처럼보인다.
해외에 가면 너 생각대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기엔 너는 좁은 생각의 틀속에서 결정한 것같다.
좋은 결정은 좋은 경험에서 나온다. 내가 보기엔 너는 좋은 생각과 결정이 나오기위한 경험이 부족하다.
결정을 하더라도 여기서 더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게 우선이다. 생각을 하려면 그 이후에 하는게 낫다."
이런 나의 말에
동생이 당황해하며 울음을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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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생에게 했듯이
만약 아버지가 나에게
"너는 경험이 부족하니까 내 말을 들어라" 라고 이야기했다면 어떠했을지.
내일 떠나는 동생을 생각해보니 내가 그러한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에 미안함이 생긴다.
근데... 왜 아버지는 그 이후로 별다른 말이 없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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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자신이 하고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후회없이 해보라고 맡기고 지켜보는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말이다.
나는 대학원진학을 선택했다.
생각해보면 이 선택에 대해서 부모님은 별다른 말없이 묵묵히 지원해 주셨다.
생각해 보면 동생도 마찬가지 상황이 아닐까한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뭐 보는 사람입장에선 선택에 걱정은 들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나름대로는 가장 최우선인 대안을 꺼냈을 것이다.
본인이 감당하기로 한 선택에 대해
어머니 아버지 역시 동생에 선택에 대해 지지를 보내주셨다.
나도 언젠가
아이가 생기고 아빠가 되겠지.
내가 조력자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선택에 의문을 제기한다기보다 믿음을 주고
-설령 그게 의문스럽더라도- 아이의 생각을 믿고
자신의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볼 기회를 쥐어주는 것이
조력자의 역할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두서가 없는 글이다.
이럴 때가 아닌데...
얼른 자고
기말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