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이어아벤트에 대한 논문을 썼고, 논문에서 그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유사과학에 대한 생각을 묻곤 한다.
나는 유사 과학의 사회적 해악이 미미하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유사 과학의 폐해는 크다. 1
유사 과학의 폐해를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인간에 대한 연민, 애정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유사 과학으로 인해 -정상적인 과학 교육을 받았으면 멀쩡했을 사람들이- 죽기도 하고, 소중한 재산을 잃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논쟁(창조과학 등)이 초래되기도 한다. 이는 매우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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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파이어아벤트에 찬동하는 지점인데- 과학에서 비과학이 때때로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론(플로지스톤 이론, 연금술, 신화 등)은 현대 과학에 때때로 유용한 자원으로 쓰일 수 있다. 2
일례로 장하석은 플로지스톤 이론을 발달하도록 놔두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수소와 산소를 발견한 것은 플로지스톤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과학적 발견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 * 영국의 오들링은 플로지스톤 이론을 계속 놔두었다면 화학 에너지 개념으로 발전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마 화학에너지라는 개념이 좀 더 용이하게 빠르게 창안될 수 있었을 것이다 * 올친이란 과학사학자에 따르면 플로지스톤 이론을 이용한 결과 학생들이 산화, 환원 개념을 별 어려움없이 배울 수 있었다. 이처럼 플로지스톤 이론은 과학 개념을 교육하는 데 용이하기도 하다. [장하석, 과학 철학을 만나다, 248-252]
이를 토대로 장하석은 플로지스톤 이론이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살렸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관련 영상있으니 참고하세요. 자세한 내용은 15:00 부터.
파이어아벤트 또한 대안 이론이 기존 이론이 지닌 문제점을 더 명료하게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창조과학, 창세기 같은 이론은 현대 진화론이 보충되거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해결책? => 교육?-------
나는 학교에서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동시에 교육하는 것이 사이비 과학이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단점을 최소화하는 해결책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교육 효과 1. 사이비 과학 교육은 과학자에게 유용한 지식이 될 수도 있다.
* 과학도들은 사이비 과학을 배움으로써 기존 과학 이론의 약점(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이후 과학자가 되어 연구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사이비 과학을 배웠던 기억은 어떤 창조적인 발견[가령, 과학 교육법, 개념 창안 등]을 하는데 좋은 영감을 줄 수도 있다.
교육 효과 2. 사이비 과학의 사회적 폐해를 막을 수 있다.
* 사이비 과학 논리의 헛점을 파악할 수 있다. 사이비 과학들이 어떠한 허술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졸업 후 사이비 과학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 단, 이때 세뇌를 동반한 이념 교육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례로 사이비 이론과 과학이 동일한 자연 현상(가령 빅뱅 이론)에 대해 어떤 주장을 하는지 살펴보는 게 한 가지 교육 방법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은 과학을 포함한 여러 사이비 이론을 동시에 배우면서 현재의 과학이 -다른 사이비 과학보다- 자연 현상을 더 잘 설명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사이비 과학이 빈약한 설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동시에 배울 수 있다.
졸업 후 이전의 교육(훈련)으로 인해, 다른 사이비 과학을 접했을 때 어떤 논리적 결함이 있는지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예상된 비판: 물론 사이비 과학을 도대체 얼만큼 교육해야 하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과학과 동등한 만큼' 교육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까지 나아가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조금이나마 사이비 과학을 -건전한 방법으로- 교육하는 것은 사이비 과학의 폐해를 막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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