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산책에 관해 얘기한적이 있었다. 그 사람은
"산책을 하면 일상의 많은 고민들이 없어져요!"라며 산책을 예찬했다.
산책을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의견이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나는 반대로 산책을 하면 당혹스러울 정도로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펼쳐진다.
그건 어쩌면 내가 평소에 별 고민/생각없이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왜 별 생각이 없을까? 한 가지 이유로는, 역설적으로 순간순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닥쳐온 일들에만 급급하여 정신없이 하루를 사는 경우가 많아, 이런저런 생각을 돌이켜 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꼭 좋은 규범은 아닌 것 같다. 가끔은 힘을 빼고 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산책은 나에게 생각할 여력이 잠시 주어지는 시간이다. 산책을 하면 우선 나는 자연스럽게 과거를 떠올리는 것 같다. 과거에 어떤 결정을 했기에, 내 지금 현 상황까지 흘러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과거에 그렸던 미래 모습이 지금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당시 다른 결정을 했다면 지금과 얼만큼 달라졌을까를 그려보기도 한다)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잘한 일들보다는 실수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리고 이 행동을 고쳤다면/다르게 행동했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도 하는 것 같다.
과거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미래도 생각하는 것 같다.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며, 현재 잘하고 있는지 등을 생각한다.
과거, 미래에 관한 생각이 끝나면,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부모님, 주변 동료, 친구들이 떠오른다. 내가 했던 행동, 그들이 나에게 했던 행동들을 떠올리고, 성격들이나 특징들을 생각한다.
종종 주변 환경도 보면서, 자연의 신기함이라던지, 경치, 기타(인간 문화 전반) 등에 대해 생각도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1~2시간이 훌쩍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나는 산책을 통해 무슨 성과를 얻었을까? 글쎄... 딱히 놀라운 성취는 없었던 것같다. 그러나 전혀 의미가 없지는 않다. 현재 삶에 번아웃되지 않고, 으쌰으쌰할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의 절박했던 나를 떠올린다면, 과거의 노력으로 인해 현재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현재의 노력들이 미래의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다시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산책을 하면서 철학적인 생각을 할 것 같지만, 사실 산책하면서 철학에 관한 사고를 한 적은 많지 않다.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철학에 관한 생각은 거의 책상에만 이루어지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산책하면 생각이 많아진다. 쓰다보니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