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장 모두가 나만 미워해
다른 사람이 자신을 죽인다고 생각하거나, 감옥에 가두려한다는 생각은 극단적인 피해망상이다. 이 장에서는 그러한 극단적인 피해망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피해망상을 다루고자 한다. 가벼운 피해망상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거나 불친절하다는 생각인데, 이러한 피해망상의 원인은 사실 자신에게 있다. 자신이 가상으로 지어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물론 그들의 주장에 이상한 구석은 없지만, 아무리 운이 나빠도 늘 그렇게 많은 악당을 만나는게 실제로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 개연성의 법칙에 입각한다면 사람들마다 겪는 냉대의 양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설령 말마따나 늘 해코지를 당한다면, 아마 그 사람 자신이 그런일을 자초할 만한 원인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만약 자신이 피해를 당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1. 입지도 않은 가상의 피해를 주장하거나, 2. 남들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짜증나는 행동을 본의아니게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장에서 나는 피해망상증의 요소를 찾아내는 방법, 그리고 그 요소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피해망상증은 행복한 삶을 방해하기에, 이를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피해망상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피해망상은 0. 험담에 대한 태도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입방아를 찧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헐뜯는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나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태도는 극히 정상적인 것이지만, 이 증상이 심해지면 피해망상증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친구들이 단점을 갖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의 친구들도 당신을 결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만약 친구로부터 당신에게 결점이 있다고 듣게되면, 이 사실을 지나치게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마라. 부디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심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피해망상은 1. 자신의 장점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내가 본인의 장점을 과장하는 성격을 지닌 극작가라고 생각해보자. 만약 내가 쓴 희곡이 실패했다면 나는 극장인과 배우, 평론가들이 나에게 음모를 꾸몄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이 나같은 천재가 끼어드는 것을 철저하게 막고 있으며, 나는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그 사람은 실패했다는 사실로부터 잘못된 균형감각을 가지게 된다.
또한 피해망상은 2. 박애주의적인 유형에서 비롯된다. 이 유형의 사람은 원치않는 선행을 베풀고는 그들이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한다. 그런데 이들이 선행을 베푸는 동기는 대체로 순수하지 않다. 첫째로 선행은 대개 권력욕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두번째로 선행은 질투심에서 비롯된 경우도 많다. 즉, 술, 도박, 게으름 같은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질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맥락에서 ‘선행을 베푼다’는 것은 결국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쁜 행동(술, 도박, 게으름 등)을 하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 1) 과거 금연법을 보자. 비흡연자은 선행을 이유로 금연법에 찬성을 던졌는데, 이들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는 것에 대해 고통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흡연자들은 자신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인생을 바쳤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마워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 실망한다.
ex 2) 정치 세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정치가는 자신이 공적인 이유로로 법안(가령 금주령, 금연법, [현대:셧다운제?])을 추진했으며 이를 선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자신에게 고마워하지 않고 혐오하는 것을 보며 마음 아파한다.
결국 이러한 실례로부터 네 가지의 일반원칙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네 가지를 깨달으면 피해망상을 적절히 예방할 수 있다.
1. 당신의 동기는 당신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반드시 이타적이지 않다.
2. 당신의 장점을 과대평가하지 마라
3.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당신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하지 마라
4.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을 해코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만큼 당신에 대해 골몰하고 있지 않다.
나는 이 네 가지 원칙에 대해 순서대로 언급하고자 한다.
1. 당신의 동기는 당신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반드시 이타적이지 않다.
첫 번째 원칙은 특히 자선가와 정치가에게 필요하다. 이들은 보통 자신들이 인류에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선가와 정치가들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저마다 세상에 대한 나름대로 견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나는 자선가와 정치가의 선행 동기가 권력욕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외에도 다른 동기가 있는데 이는 허영심이다. 유권자들은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이란 직함을 위해 출마했다고 비웃는다. 국회위원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깜짝놀라지만, 돌이켜보면 유권자들의 말이 옳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인간의 본성으로 보아 이타주의는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타인에게 우호적인 관심을 갖는 경우가 있으나, 나는 이러한 관심도 이기적인 동기에 불과하다고 본다. 인습적인 윤리가 강요하는 이타심은 사실상 거의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이다. 자선가와 정치가들은 본인들이 대단한 경지의 이타심에 도달했다고 확신하지만, 이러한 자기기만은 쉽게 피해망상으로 이어진다.
2. 당신의 장점을 과대평가하지 마라
이 이야기는 극작가의 희곡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바 있다. 이러한 극작가가 본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본인이 정말로 천재일 수 있다. 이 경우 본인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맞다. 그의 고집은 영웅적인 것으로 칭송받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두 번째 경우라면 길을 고집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는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본인이 천재인지 아닌지는 죽고 백 년쯤 지나서야 결정될 것이다.
만약 본인이 천재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면 한 가지 평가 기준이 있다[물론 백이면 백 다 들어맞지는 않는다]. “어떤 관념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껴서 작품을 쓰는가? 아니면 갈채를 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작품을 쓰는가?”
천재(진정한 예술가)라면 갈채를 받고 싶은 욕구는 부차적인 동기이다. 만약 갈채를 받고 싶은 욕구가 주된 동기라면, 포기하는 편이 낫다. 갈채를 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면 꼭 해당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의 일도 무리없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배후의 음모로 인해 당신의 재능이 높게 평가받지 않는다고 여긴다면, 이는 당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다. 당신의 재능이 대단치 않음을 인정하는 것이 훨씬 낫다. 이는 물론 고통스럽겠지만, 고통의 끝을 넘어서면 다시 행복한 삶을 시작할 수 있다.
3.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당신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하지 마라
다른 사람(특히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라. 물론 딸이 병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서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이성에 어긋날 정도의 이타심이다. 우리가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당신의 입장에서 인생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타인을 위해서 인생의 근본 노선을 어그러뜨릴 것이라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물론 큰 희생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두터운 사랑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되고, 희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판해서는 안된다.
4.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을 해코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만큼 당신에 대해 골몰하고 있지 않다.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이 나를 해코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직업과 관심거리가 있기 때문에 남을 해코지하는데 집중할 여력이 없다. 물론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같은 위대한 인물이라면 모든 행동이 그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실제 영국 정부의 활동은 나폴레옹 타도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인물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이는 정신병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이러한 자기기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 진실을 단호하게 직시하여 그것에 익숙해지고, 그 진실에 입각하여 자신의 삶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