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위험물 산업기사 자격증을 딴 일화를 이야기 해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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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두가지 이유에서 자격증 취득준비를 시작했던 것같다.
1. 취득하면 반박휴가를 준다.
2. 군대에서 뭔가 성과를 얻으면 좋지 않을까?
일단 이 두가지 목적이 컸던 것같다.
마침 위험물 산업기사 시험을 보려면 대학2학년을 수료해야하는데
나는 2학년을 마치고 와서 응시자격이 있었다. 조건도 맞았다.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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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시험 공부를 했다.
정훈실에서 필기책을 빌려서 관련이론을 공부하고
군대내 인트라넷에 기출문제들이 떠돌아 다녀서 그것을 통해 기출을 풀었던 것같다.
객관식에 4지선다형이고 고등학교 화2정도만 알면 쉽게 풀수있는 것들이라 준비하는데 어려운 개념은 없었다.
2. 화재예방과 소화방법 파트가 외울게 좀 있었지만 사실 외우지 않아도 되는게
기출만 보면 어떤 유형이 나오는지 대강 파악가능하므로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시험날이었다.
권선중학교로 시험을 보러갔다.
대략 80명정도가 이동했던 기억이..
그중 위험물 산업기사 시험은 10~20명 정도였다.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옆에 앉은 중사가 군복의 내 이름과 계급, 부대마크를 꼼꼼히 봤다.
중사: 너 시설특기냐?
원: 아닙니다. 화학특기 입니다.
중사: 그럼 너 김**상사 알겠네?
원: 예 그렇습니다.
중사: 나 김**이랑 무지 친한데~ 요즘 잘 지내나?
원: 예. 잘 있습니다.
중사: 공부많이 했냐?
원: 아닙니다. 공부는 안했지만 신청을 했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왔습니다.
중사: 여하튼 잘 부탁한다.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어쨌든 시험이 시작되었다.
옆에 앉은 중사는 대놓고 내 시험지를 봤다.
(시험감독관 또한 군인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짬이 높은 사람이 부정행위를 할시 제재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중사: 야 이거 답이 뭐냐?
원: 공부를 안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확신이 없습니다.
중사는 내 시험지 보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사람것을 보기시작했다.
확신은 없었지만
여유있게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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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
실기공부때도 필기와 같은 식으로 공부하려했다.
즉, 이론부분과 기출문제 모음정도만 있으면 쉽게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
이론책은 정훈실에서 빌리고
기출문제 모음집은 동기에게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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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기는 이전에 위험물 산업기사를 공부했었다.
동기는 나와달리 자발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OOO중사가 동기에게 위험물 산업기사를 강제공부시켰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OOO중사도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그러니까 컨닝을 위해서 병사를 시험공부 시킨것이다. 내 동기는 일과시간이면 OOO중사에게 시달리고, 밤에는 위험물 산업기사와 씨름했다. 떨어지면 폭언을 들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책도 동기 사비로 산것이다.)
위험물 산업기사가 간부에게는 꽤 중요한 시험이었다.
이 자격증을 소지할시, 업무고과에도 반영되고, 게다가 5만원~7만원이 자신의 월급에서 추가되기 때문에 간부들 입장에서는 아주 메리트있는 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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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동기의 한이 담긴책으로 공부를 했다.
실기공부하던때에는 비행단 제초반으로 1달동안 착출되었던때라
파견을 나갔던 상태였다.
파견지가 외진곳이어서 군대 내 독서실에 가려면 30분을 걸어야했지만
뭐 그럭저럭 잘 했던 것같다.
---------시험날-----------
화학지원대에서 합격자였던 나와 J병장은 진주 공군교육사령부로 내려가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필기합격자가 적어서인지 모든 비행단의 합격자들이 한 장소에서 모여서 시험을 치른다.)
진주로 내려가는 버스에서
원: J병장님. 공부는 많이 하셨습니까?
J: 아니? 안했는데.
원: 대책은 있으신겁니까?
J: 글쎄...
나는 버스에서 계속 공부했고 J병장은 잤다.
당최 무슨생각인지 알 수없었다.
분식집에서
J: 점심먹자. 내가 쏠게
원: 감사합니다.
J: 원호야. 부탁있다.
원: 뭡니까?
J: 나 공부하나도 안했는데 이따가 보여주면 안되겠냐?
내가 밥도 이렇게 쏘는데
원: (선임이라 쏘는건줄 알았는데 역시나....) 알겠습니다.
J: 고마워~
-------J병장---------
J병장은 나와는 2달차이였다. 비교적 근기수라 많은 시간을 봐왔다.
J병장은 수더분한 사람이다. 말이 많고 수다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흉을 잘보는 것같기도 하다.
흉을 떠나서
자신의 일을 최대한으로 안하려고 하는 경향은 단체생활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것 같다.
남주가 그 때문에 고생을 많이했다.
말년때 J병장은 굉장히 외로워했다.
성격상 수다를 좋아하지만, 어떤 후임도 대화를 상대해주지 않았다.
어느날
J병장은 남주에게 이야기했다.
J: 내가 뭘 그리 잘못한거니?
남주: 본인의 행동을 생각해보십쇼.
정원호 병장님은 눈물을 마시는 새라면, J병장님은 피를 마시는 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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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걔가 그렇게 이야기하더라. 나 말년이라고 막나오네.
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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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용이 판타지 소설의 제목이란 것을 뒤늦게 알았다.
여하튼 남주가 날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었다니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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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화학특기교육을 받고있는 훈련병들을 우연히 만났다.
원: 저 화학병이에요. 화학병에 대해 궁금한것 없었어요?
까까머리 훈련병들은 멀뚱멀뚱 있었다.
그 당시의 나처럼 분명 궁금한게 엄청많을텐데
자신의 선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쭈뻣쭈뻣했던 것같다.
도와주려했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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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시험
옆에 어떤 중사가 앉았다.
역시나 내 이름과 특기마크를 유심히 본다.
중사: 너 어느비행단 소속이냐?
원: 수원 화지대입니다.
중사: 그럼 김**상사 알겠네?
원: 예 그렇습니다.
중사: 잘 부탁한다~
어딜가나 패턴은 다 똑같다.(김**상사는 인기짱이다.)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지를 훑어봤다.
실기는 필기에비해 2~3배 어렵기 때문에 걱정은 했었지만
확실하게 아는 문제만 풀어도 60점은 넘으니 합격은 확실한것 같다.
문제를 풀기시작했다.
감독관은 시험지를 나눠주고 아예 등을 돌렸다.
그리고 창가로가 무념무상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조금의 과장없이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서로 옆의 것을 보고 심지어는 떠들기 시작했다.
시험감독관도 중사기 때문에 더 높은 계급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 '짐작은 했지만 이럴줄이야...'
여하튼 문제를 풀었다.
옆 중사의 시선이 느껴졌다.
무슨 깡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에 대꾸도 안하고 문제에 집중했다.
다풀었을 무렵
앞에앉은 J병장이 신호를 보내왔다.
나는 OK사인을 보내고 컨닝페이퍼를 친절하게 만들어 전달했다. (물론 감독관이 있음에도 큰 무리없이)
원: 제가 확실하게 아는 것만 적었습니다. 잘 푸십쇼.
J: OK 고마워!
나와 J병장은 시험을 마치고 수원으로 올라왔다.
----------------한달 후---------------------
결과 발표일이다.
J병장은 일하고 있는 나를 불렀다.
J: 아나 X발 불합격이야. 야 너 확인안했지.
원: 예 그렇습니다.
인터넷 확인결과
J: 아.. 너는 왜 합격인건데
전화해봐야겠다.
J병장은 시험부처에 전화했다.
J: 저 몇점이에요? 56?
그럼 정원호도 확인해주세요.
63이요?
아...알겠습니다.
아놔... 떨어졌네
--------사건의 전말---------
나는 OK사인을 보냈다.
그런데 무임승차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선임이니 거절할 수는 없고....게다가 밥도 얻어먹었으니..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자 했다.
50점을 넘을 정도의 컨닝페이퍼를 쓰고자 마음먹었다.
원: '그래..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합격하겠지'
그리고 나도 60점을 겨우넘길정도로만 답안을 작성했다.
만약 점수가 너무 높으면 의심을 살것이기 때문이다.
원: 제가 확실하게 아는 것만 적었습니다. 잘 푸십쇼.
JS: OK 고마워!
-------부대에 퍼졌다------
Y: 정원호 병장님 붙고 JS병장님은 떨어진게 사실입니까?
원: 응 그렇게 되버렸네
Y: 권선징악이네 ㅋㅋㅋㅋㅋ
Y군은 전말을 궁금해했고 듣더니 놀랬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을 하는게 옳았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