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 그런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509건

  1. 2016.11.23 아저씨
  2. 2016.11.16 내일은 수능일
  3. 2016.11.15 예비군 훈련
  4. 2016.10.28 관동별곡
  5. 2016.08.21 크레파스
  6. 2016.08.07 꾸준함
  7. 2016.08.05 오늘의 일기
  8. 2016.08.01 제목: 아직 미정
  9. 2016.07.30 공약불가능성
  10. 2016.07.01 본모습

아저씨

그렇고 그런이야기 2016. 11. 23. 17:41

나이가 아직 많다고는 할 수없지만

그동안의 지내왔던 세월을 생각해보면,

이뤄놓은 것이 없다시피 한것같아, 후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지나온 시간 만큼,

앞으로의 시간또한 빨리 흐를것같아

인생이 덧없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을 조절할 순없다. 

 

어쩌면 나는 보이지 않는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것 같다고 종종 생각한다.

미끄럼틀을 타면 위로 올라갈 수 없고, 의지와 상관없이 한없이 아래로 가속이 되어 내려가듯

지금의 시간이 어렸을때보다 더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지내고 있는 시간또한 미끄럼틀 같다.

 

-------

시간이 지나오면서 외양적인 것이나, 성격변화같은 내면적인 변화도 있었겠지만

흥미롭게도 호칭도 변해오고 있다.

 

어렸을때 꼬마가

자라면서 학생이되고

그 학생은 아저씨가 될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아저씨란 호칭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고있다.

 

---

cf)

남자는 아저씨란 호칭으로 통일되지만

여성은 -불행하게도- 아가씨에서 아줌마(아주머니)로 호칭이 변화되는 시기를 한번 더 겪는다.

여성의 호칭을 굳이 또 나누는 이유는 아마 출산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께 들은바로는, 여성으로써 아줌마란 호칭을 처음 접했을때의 충격은 꽤 큰것같다.

 

----------

아저씨는 딱히 정보(이름, 직업, 나이 등)를 모르기 때문에 부르는 호칭이다.

사람들은 아저씨와 아저씨 아님을 외양으로 판단한다.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오로지 겉모습이기 때문에, 겉모습으로 아저씨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슬프지만- 실제로 우리가 아저씨라고 판단하는 정보는 외양에 전적으로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

 

아마 머지않아 나는 아저씨라고 불리게 되는, 불릴수밖에 없는 시간에 접어들것이다.

사람들이 아저씨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외양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이 어느새 덜컥 다가온다해도 뭐 그다지 당황스럽진 않을 것같다.

아저씨란 호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나름대로 노력해왔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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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내 주위는 많은 수험생들로 가득차있다.
큰 시험을 앞두고 있는 기분이 어떨런지.

옛날 고3때의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수능을 앞두고 나는 공부를 거의하지 않았다.
수능을 3일전부터는 아예 공부에 손을 떼었던 것같다.
어차피 도움도 안될 것같다는 이유에서 였다.

당시에 내가 한 정당화는 이렇다.
여지껏 공부를 해온것은 궁극적으로는 수능을 목표로 공부한 것이기에
긴 세월동안 수능이란 것을 목적으로 공부해온셈이다.

그런데 3일 열나게 벼락치기한듯 뭔소용이란 말인가?
수많은 모의고사를 보면 알지만 이미 11월 정도가 되면 잘난놈 못난놈은 이미 결정되어있다.
성적 변동도 거의 없지 않는가?
범위는 한도 끝도 없고,

그동안에 공부한 시간에 비해 3일은 무척 짧으므로

3일간 기여할 수 있는 것은 거의 0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것 놀자~
하고 신나게 놀았다.

----------
그런데 나는 그 행위를 후회한다. 지금 보면 무척 어리석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전 나의 정당화는 틀렸다.

나는 수능이 아직 많이 남았을때의 시간의 가치와

수능을 앞둔 고3때의 시간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그 전제는 틀렸기 때문이다.

  
시간의 양이 같다고 할 순있지만, 가치가 같다고는 말할 수없다.


수능이란 목적을 갖고 보면
고1때의 1초와 고3때의 1초의 가치는 다르다.

왜냐하면

시험의 경우 기억력이 무척 중요하며, 기억력이란 것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임박한 순간의 가치가 이전 시간의 가치보다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시험에 임박한 순간일 수록 수능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크다.

가령, 고1때의 몇일을 수능을 위해 충실하게 보내는 것보다 수능을 앞둔 몇일을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
수능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x축은 시간의 흐름이고 y축은 가치로 놓고 함수를 그려보자면, 

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가령, 수능전 3일을 놀았다면, 나는 1주일이상을 손해봤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


나는 대학시절 벼락치기를 즐겨했는데
그 이유때문이었다.


개강 첫주에 2~3일과
시험기간의 2~3일은 차원이 다르다. 물론 동일한 양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성적을 결정한다고 말할 정도로 시간의 가치는 천지차이다. 


마찬가지로 시험기간이 아닌순간의 몇 초는 그다지 가치있지 않다.
하지만 시험 시작 몇초전의 경우, 그 몇 초를 허투루 쓰지말고 최선을 다해 뭔가를 보고 있는것이 엄청 중요하다.  그 몇 초가 문제의 맞고 틀리고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때 공부를 잊고 즐겁게 살았다는 것은 함정
---


시험을 앞두기 전 시간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고
수능이 임박했던, 촌각을 다투는 그 시간이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간이었기에
시간이 가는 것을 아까워하면서 치열하게 살았어야 했는데, 그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
6시정도가 되자 많은 수험생들이 자리를 떠났다.
지금 몇명이 채 안남았는데 모두 공부가 집중이 안되는지
웹툰을 보거나, 멍때리는 학생도 있는것 같다.

모두 마지막 순간까지 힘내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은 민감한 수험생에게 폐가되지 않을까 그냥 조용히 내 공부나 하고있다.



---


수험생 여러분 후회하지 마세요.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하시고 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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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어느덧 예비군 5년차이다.

 
나는 지역예비군에 소속이 되어서
은평구 소속 예비군훈련장인 교현예비군 훈련장에 다녀왔다.
예비군훈련장은 송추쪽에 있는데
은평구에서 조금만 가면 나오기 때문에 집에서 그나마 다행히도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런데 종로, 서대문구 쪽 사람들도 여기로 와야하므로 안습.
은평구에는 서울에서 오지인편인데, 그 은평구에서도 꽤 들어와야하기 때문에

멀고도 험한 길을 가야한다.  오지구요. 


예비군 번호를 받았다.

운이없게도 분대장이 되었다.
나는 9명을 통솔하여 다녀야했다.

예비군분들이 잘 따라와주어서 그나마 다행


각개전투를 했다.


 

 

각개전투는 이런식으로 합니다.

(그나저나 엄청 열심히 하시네)



나는 대기를 타는 동안 쓸데없는 공상을 하며 멍때리고 있었다.

---공상---
교관: 분대장은 분대원에게 약진앞으로 외치세요.
나: 우주의 기운을 모아 약진앞으로!

생각해보니 미쳤던 것같다.
---공상 끝---


물론 현실은 평범하게



---


우수분대가 되어 2시간 일찍 집에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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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은 선조 시기에 강원도 관찰사

그러니까 지금의 표현이라면 강원도지사에 임명이 되었는데

 

관동별곡은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게 되어

강원도의 아름다운 8곳을 (관동8경)을 유람하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탄하고, 느끼는 소회등을 적은 글이다.

 

임금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이 곳곳에서 많이 나타난다.

 

--------- ---------

 

 

송강 정철의 유람경로. 임금에게 한양에서 임명을 받고 출발하였다.


 

정철은 감찰사였으니까

아마 가마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녔을 것이다.

"남녀(양반층만이 탈수있는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에 오르니, "

 

그 과정에서 시중을 하는 무리, 아래 수하들 까지 해서 적어도 몇 십명이 같이 수행을 한 상태였음에 분명하다.

 

관찰사 행차는 큰 깃발을 펄럭이며,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며 요란하고 위풍당당하게 움직입니다.

 

 

강원도가 보통이 산지일 것이며

게다가 당시에는 길도 잘 안닦였으니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올랐겠지

악기연주를 하고 깃발을 드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깃발을 떨치니 오색이 넘나들며 노니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서 부니 바다 구름이 다 걷히는 듯,"

 

정철은 술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니

 

장진주사/정철.

한 잔 먹새 그려 또 한 잔 먹새 그려. 꽃을 꺾어 술잔 수를 세면서 한없이 먹세 그려.

 

다니면서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술도 마시고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글(결국 요지는 결국 '임금님 싸랑해요')도 쓰고 했을 것이다.

 

----------------------

 

이 글을 접할때마다


유람을 즐기고, 그 소회를 글을 쓰며 술을 마시는 정철과

힘들게 끄는 가마꾼이라던가, (유람을 위해) 곡물을 바치거나 치다꺼리를 하는 백성들이 대비되면서

이 글이 백성들의 삶과 굉장히 유리되었다는 인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글에 담겨있다는 애민정신에 진정성은 있는것인지 의심이 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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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아빠와 크레파스' 노래를 좋아했다.

 

일곱살때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60색깔의 크레파스를 가지고 오는 아이가 있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너무나도 부러웠던 나머지

부모님께 사달라고 졸라대기까지 했었다.

 

꿈돌이 크레파스, 내것은 노란색 케이스였다

 

 

어느날 

아빠친구분이 60색깔 크레파스를 사주셨다.

그때의 환희와 기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그날 크레파스를 껴안고 잤다.

 

크레파스를 너무 좋아해서인지

크레파스의 모든 색깔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익혔던 것같다.

 

58색깔[각주:1]크레파스와 60색깔의 차이는

금색과 은색이 추가되었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나는 60색깔 중 금색, 은색을 가장 아꼈다.

 

당시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분명 다른 색깔인데도 불구하고, 같은 색깔로 부른다는 점이었다.

 

가령,

고동색, 갈색, 황토색을 구별않고 모두 갈색이라고 불렀다.

빨간색, 자주색, 다홍색을 모두 빨간색이라고 불렀다.

초록색, 청록색, 옥색을 구별않고 초록색이라고 불렀다. [각주:2]

 

그런 상황이 있을때마다 나는 "이거 갈색 아니에요, 고동색이에요"라고 말하곤 했다.

 

미술학원에서 60색깔로 그림을 그렸던 때를 기억한다.

굉장히 으쓱해진 기분이었다.  

남들은 24~40가지 색깔로 그려내고 있지만,

나는 더 많은 색깔로 세상을 더 풍부하게 그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관련지어 생각해보니---------------------

 

영어에 관해서라면, 나는 원어민이 아니다.

원어민이 아니어서, 즉, 영어에 능숙하지 못해서 느끼는 슬픔 중에 하나는

영어로 대화할시 내 감정이나 느낌을 오롯이 그리고 풍부하게 전달하는데 한계를 느낀다는 점이다.

 

여러 경우들이 있다.

 

A: How do you feel?

('일단 잠을 많이 못자서 조금은 피곤하긴한데, 근데 뭐 그럭저럭 괜찮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은)

원: Good!

 

이라고 하는 경우라던가 또는

 

("사실 전달을 잘못받았어. 나는 너가 ~~라고 말했었잖아 근데 내가 ~~로 잘못 들어서 그런일이 생긴듯 싶다. 일단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뭔가 오해를 해서 그런일이 생긴것같다. 이해해주길" 이라고 생각을 표현하고 싶지만 현실은)

 

원: Sorry.

 

 

글쓰기(writing)를 통해 생각을 표현할때는 시간을 고려치 않아도 된다.

반면, 대화(speaking)의 경우 빠른 리액션이 무척 중요하다.

핑퐁을 생각해보자. 내가 상대방에게 탁구공을 보내는 즉시 공이와야 핑퐁이 재미있는데,

그런데 5분후에 핑퐁공이 오면 할 맛이 무척 안 날것이다.

속도를 고려하다보니 특히 대화를 할때면 단순하고 쉬운 몇가지의 어휘(good, bad, it 등의 대명사)로만 생각을 표현할때가 많다.  

 

단순하고 쉬운 몇가지의 어휘들 만으로는 내 생각을 거칠게 나타낼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앞서 든 크레파스 이야기와 비슷하다. 흔한 몇가지의 크레파스(빨강, 파랑, 노랑, 초록)만으로는 풍경을 정확하게 그려낼 수 없으며, 거칠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색깔이 많으면 많을 수록 세상의 풍경에 조금 더 비슷하도록 표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풍부한 어휘는 내 생각을 더 오롯이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만, 60색깔 크레파스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영어대화의 경우 스킬, 어휘능력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점일까?

 

외국어로 대화할 시 

내 생각을 풍부하고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또 그러한 날이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족:

만약 내 자식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만한 나이가 되어

크레파스를 사주어야 한다면

정말 좋은 것을 사주고싶다.

 

 

 

 

 

 

  1. 55색깔 이었나? 여하튼 [본문으로]
  2.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는 표지같은 걸까? 흥미로운 부분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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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 A와 밤자전거를 탔다.

 

자전거 라이트를 켜는 동안

친구A는 자전거를 타고 먼저 떠났다.

 

30초 정도 후 나는 라이트를 켜고 자전거를 탔다.

보이지 않는 친구A를 따라잡으려 했다.

 

만회하기 위해 페달을 빨리 밟았지만

친구 A는 보이지 않았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그제서야 친구 A가 보였다.

 

잠시 멈춘것은 30초였지만

친구A를 따라잡기 위해서

평소보다 세게 10분동안 페달을 밟아야 했다.

 

 

---------------

 

 

경쟁사회에서는

승자가 되기위해 모두 열심히한다.

 

만일 태만으로 인해 뒤쳐졌다면

따라잡는 방법은

긴 시간동안 남들보다도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흘려보낸 X시간은 적은 시간이지만

경쟁사회에서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X의 몇배에 해당하는 시간동안 상대가 쏟은 것보다 더 큰 노력을 쏟아야한다.

 

생각해보면

얼핏 꾸준함이란 것이 특출나지도 않고 별다른것이 없어보이는 것 같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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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위먹은 청개구리

 

날씨가 더운날이다.

 

엄마에게 의미없는 문자를 보냈다.

 

원: 더워요

 

母: 그러게 아침을 잘 챙겨먹고 가야지

 

원: 아 시원한것 먹고싶다.

 

母: 따뜻한거 드셔 이열치열

 

원: 네

    이따가 더위먹어야지.

 

 

 

 

 

그냥 이랬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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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서 크게 좌절한 적을 뽑으라면

대학교 2학년때가 아닐까 한다.

 

전과하기전 화학과 전공을 하나 들었다.

과목은 유기화학이었는데 D를 받았다.

 

말이좋아 D지

출석은 잘 했기에

최하점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성적을 받고

3일간 전전긍긍했다.

 

3일간 고통속에서 생각을 한뒤

나는 머리가 돌이거나

화학과는 적성/흥미가 안 맞는 것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군대에 갔다-----

 

나는 군대에서 근기수방을 썼는데,

근기수방은 자신의 계급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방을 말한다.

 

우리는 서로 친해서 자기전에 많은 얘기들을 하곤했다.

 

A: 나가서 뭐하지?

B: 정원호 일병님은 나가면 뭐하실껍니까? 화학자? 연구원?

원: 글쎄..... 화학이랑 나는 안맞는 것같아서

B: 그런데 이미 전과하지 않았습니까?

원: 응 그렇긴 한데 성적이 잘 안나오네.

아마 머리가 돌이려나? 나랑 잘 안맞는 것같아

 

B: 공부는 많이 하셨습니까?

원: 뭐 시험준비기간은 10일정도 잡고 3시간 정도? 교재의 연습문제 해답보고 풀고 뭐 그랬던 것같은데

B: 예습/복습은 하셨습니까?

원: 응? 안했는데?

 

A,B,C,D: 에??

B: 그런데 그런 성적을 바랬습니까?

A: 허! 참 머리가 뭐가 돌이라는 거야. 어이가 없네.

 

원: 다들 얼마나하길래 그래?

A: 예습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복습은 매번 해야되는 거 아닌가?

C: 정원호 일병님 공부 너무 안하신 것 아닙니까? ㅋㅋㅋㅋㅋ

 

원: 어...? 내가 잘못생각했나?

나는 그정도만 하면, 좋은 성적이 나와야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는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년 1학년때까지

벼락치기 공부방법을 계속 고수해왔었다.

 

-----복학--------

 

복학하자마자 유기화학을 재수강했다.

 

유기화학 교수님은 워낙 성격이 급하시고,

(말이 빠르시고 정신이 없었다.

화학식을 미친듯이 칠판에 막 그린뒤, "아 이러면 안되지. 침착해야지" 하면서 막 그린 분자식을 지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또한 자신만에 확고한 커리큘럼이 있어서, 교재순서는 무시하기 다반사였다.

그래서 홍길동처럼 200page를 보다가 정신 못차리면 어느새 500page로 넘어가있고 그랬다.

교재를 왔다갔다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90분 수업이 끝난뒤 나는 예전과 다르게 복습작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복습을 해도 안 되면 진짜 내가 돌머리거나 화학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작했다.

 

선생님의 말이빨라 정신없이 받아적은 탓에 1주일 뒤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필기가 더러웠다.

나는 복습을 통해 선생님의 강의 언어를 내 언어로 만들어 이해하려했다.

 

90분 수업하나를 정리하다보면 처음에는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예전처럼 편하게 벼락치기 하면 되지 왜 이짓거리를 하고있나? 한숨만 나왔다.

 

특히 가장 괴로웠던 것은

200page, 500page, 800page등으로 사방팔방 옮겨다닐때마다 모르는게 수도없이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복학생에겐 정말 괴로운 일이었다)

교수님은 사례하나를 짧게 언급하고 넘어간것이지만, 그 사례가 왜 나왔는지 맥락을 파악해야했기 때문에 교재 앞뒤를 읽어봐야했다. 그래서 이해하는데 시간이 엄청 많이 소모되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신기하게도 정리하는 시간이 줄었다.

이것저것 많이 건드리는 강의방법을 하신탓에 

교수님이 중복되는 것을 많이 언급해서 복습시간에 쓰이는 시간이 조금씩 줄었다.

 

결과물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교수님은 내 이름을 외웠고 내 시험지를 교수실 앞에 게시하기도 했다. 

(D를 줬던 그 학생인줄은 지금도 모르실듯 하다.)

 

---

나는 유기화학에 흥미를 느꼈다. 하나의 원리만 알면 여러반응을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굉장히 간편하게 느껴졌다. 화학을 더 공부한다면 유기화학자가 되어야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

 

지난 날 머리가 돌이거나, 적성/흥미가 안 맞는 것같다는 생각은 내 좁은 우물안에서 내려진 멍청한 결정이었다.

나는 이렇다할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 안에서 판단하려 했다.

 

오히려 반대로 그렇게 증오했던 유기화학이 공부를 하고보니 흥미로운 것으로 변해있었다.

 

 

--------현재---------

 

어찌어찌하다보니 유기화학을 안하고 과학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또 어찌어찌하다보니 어느덧 수료까지 했다.

누군가 과학철학이 너에게 맞느냐/재밌느냐고 묻는다면

D를 맞고 고민하던 과거의 나처럼 재미있다/재미없다라고 쉽게 결단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재미있다/재미없다를 말하려면 그 안에 깊게 빠져봐야안다.

그안에 푹 빠지고 나서야 흥미있다/없다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든다.

 

나는 천성이 게으른탓에 남들만큼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배우는 것에 대해 

함부로 쉽게 재미없다/재미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내가 그런자격을 갖고 있는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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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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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철학을 공부하고있다.

과학철학에서 핫한 논의주제들 중 하나는 이론간 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이다.

특히 지난 세미나에서는 공약불가능성을 깊이있게 배우기도 했었다.

 

그런데

선거때만 되면 정치인들의 공약이 원체 남발되고있는지라

사람들이 공약불가능성을

선거공약이 실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공약(公約)불가능성으로 얼핏 오해하진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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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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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평소 행실과 다른 모습을 보였을때

그리고 그것이 대개 나쁜 모습일때

 

'본모습을 보았다' 나 '민낯을 보았다'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 같다.

 

가령 착한 사람으로 알았던 사람이

어느날 욕을 하는 것을 보게되었다면

'나는 그 사람의 본 모습을 보았다'란 표현이 쓴다.

 

감추고있던 본모습이 마침내 드러난 것으로 보는 듯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본모습을 다르게도 인식할 수 있는듯하다. 

 

가령, 본래는 착한 사람이지만

상황으로 인해 욕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나는 그 사람이 본모습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가지고있던 본모습이 주변상황에 의해서 가려진 것로 보는 듯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신의 본모습은 무엇인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의 본모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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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누구에게도 자신에 민낯을 보여주기 싫어해서

거의 매 순간을 화장한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가정해보자. 

그의 민낯을 본 경우는 그의 일생에서 거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이 사람에게 원래 모습은

화장한 모습인가? 화장하지 않은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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