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젊다. 그리고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아무 문제없이 살아왔다.
그래서 앞으로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죽을 것이란 사실을 종종 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죽는다. 따라서 나도 반드시 죽는다.
그렇지만 죽음-특히 내가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죽으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 나는 이 지구 상에서 사라질 것이고, 생각도 산책도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럼 나는 어디로 가게될까?
우리 가족들이 죽으면? 그럼 나는?
15살 어느 날 밤, 나는 죽음에 대한 이러한 생각들을 처음으로 하였고, 슬픔과 두려움으로 하루를 꼬박 샜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떠한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지만,
현재 나는 이를 피하지 않고, 두려움에 맞써 죽음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려 한다. '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들기 때문이다.
노래방에 가면 사람들은 미친듯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노래방 시간이 무한이라면 사람들은 시간을 쪼개가며 열심히 부를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죽음을 인지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은 살아갈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는 뜻이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나는 인생이라는 소중한(유한한) 시간을 좀 더 살뜰하게 활용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제대로 몇곡 부르지도 않았는데 노래방을 떠나야 한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억울할까?
자기 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은 나를 조금이나마 성실하게 살도록 채찍질하는 원동력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도 받아들이려 한다.
이 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헌신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특히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부모님의 죽음을 상상해보곤 한다.
언젠가 그날이 100%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그때가 왔을 때 지난 시간을 후회하고 있다면 매우 슬퍼질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수없이 고민한다.
결국 현재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맛있는 한 끼 저녁을 같이 하고,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함께 밤 길을 걸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숙명같은 것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해서 생각을 차일피일 미루기보다는,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은 삶의 태도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죽음을 앞둔 상황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노래방에 돈을 내고 들어온 이상 주어진 시간 동안 후회하지 않도록 목이 쉴 정도로 신나게 노래를 불러야겠다.
참고
1.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pass8282
위암 말기 환자 분의 투병일기가 담긴 블로그이다. 치열한 병과의 사투가 느껴지는 이 분의 글들을 보며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겸허하게 느끼곤 한다.
2. https://ideaspace.tistory.com/1435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시간 관련
3. https://ideaspace.tistory.com/362
노래방 유비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