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ertainty, in the presence of vivid hopes and fears, is painful, but must be endured if we wish to live without the support of comforting fairy tales. [...]
To teach how to live without certainty, and yet without being paralyzed by hesitation, is perhaps the chief thing that philosophy can still do for those who study it.
생생한 희망과 공포 앞에서, 불확실성이란 것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견뎌내야만 한다. 단지 위안을 주는 동화 속에 의지하여 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확실성이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것인지, 그리고 [확실성이 없는 세상에서] 주저함에 의해 마비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은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을 위해 철학이 할 수 있는 주요한 일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호기심과 두려움이 들 때는 상당량의 유입경로가 생성되었을 때가 아닐까 한다. 이는 누군가가 내 블로그 글 하나하나를 보고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어느덧 티스토리를 운영한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이 블로그에는 나에 대한(내 생각, 사상, 신상 등) 많은 정보가 있기에, 방문객은 나에 대해 좋든/싫든 어떠한 인상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글을 써놓은 만큼, 누군가에게 민폐가 되는 글을 나도 모르게 써놨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다량의 유입 경로가 발생하면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어떤 분일까? 내 글을 보고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판단)할까? 혹시 실례를 범한 부분은 없을까? 문제가 될 글은 없을까?' 등을 생각하는 것 같다.
비유하자면, 나는 원주민 앞에서 오보에를 연주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원주민과의 첫 만남[각주:1]. 원주민이 보고있다는 것을 파악하자, 긴장하면서 자신의 연주를 하는 신부.(특히 2:33 부분)
방문객은 내 글들을 샅샅히 훑어본다. 방문객은 익명이기에, 나는 이 사람들이 누구이며 내 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이러한 유입 경로가 생기면 -동영상의 오보에 연주자처럼 ㅋㅋㅋ- 긴장을 하게 되는 것같다.
=-=-=-=-=-
몇몇 블로거들은 이 상황을 일종의 스토킹으로 여기고 불쾌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다. 스토킹은 나의 사적인 공간[집]에 허락 없이 함부로 침입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블로그는 -물론 사적인 공간은 맞는듯 하나- 남들에게 [특히 공개글의 경우 대놓고 읽으라고] 오픈한(허락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블로그 침입(?)을 스토킹과 동일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령 내가 게시물 1000개를 오픈했다면, 남들이 10개를 보든, 100개를 보든, 1000개를 보든 나는 이를 허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이 내 블로그를 휘젓고 간 경우 물론 긴장하고 당황하지만, 그러한 긴장은 -타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상하다- 이는 내가 허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 친구? 부모? 선생님?)마다 다른 말투, 다른 어조, 다른 소재로 이야기한다. 모르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 친구들에게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제각각 다르다.
그런데 여기 ideaspace는 나를 모르는 사람만 오는 장소가 아니다. 또 내 친구들만 오는 장소도 아니다. 이 곳은 누구나[심지어 우리 엄마도...[각주:2]] 들어올 수 있도록 내가 허용한 장소다. 따라서 예상된 화자(불특정 다수)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결국 공개글을 쓸때, 좀 더 주의깊게 소재를 정하고 글도 써야하지 않을까[각주:3]란 생각을 하고 있다.
아..! 그래서 결론은, 그러니 누구든 이 곳에 언제든 오셔서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다소 노잼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들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잊을때가 많은 것 같다.
이는 인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는 원하는 사람(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예의바르고 상냥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할 때가 많다. 이는 아마도 언제라도 내 곁을 지켜줄 것(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처럼)이라는 믿음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사람 vs 항상 내 옆에 있어줄 사람. 누가 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일까? 내가 보기엔 후자가 나에게 훨씬 소중한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후자를 소홀히 하고 전자에 주로 많은 신경(노력)을 쓰는 것 같다.